2026-02-12 15:11 (목)
국기원 윤응석 원장
국기원 윤응석 원장
  • 정하연 기자
  • 승인 2026.02.12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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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K-컬처의 원조는 다름 아닌 태권도이다. 1960년대에 최초로 정부의 지원 아래 시범단이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 지역을 순회하면서 시연했고, 그때부터 현지의 청년들과 군인들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미국, 유럽, 중동으로 확산되며 코리아를 알리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주요 태권도 관련 단체들이 있다.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WT), 대한태권도협회(KTA), 국제태권도연맹(ITF) 등이다. 각각 자신에게 알맞은 역할과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국기원은 지도자 양성 및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기원장 선거가 지난 2025919일 실시됐다. 당시 선거에서는 태권도 사범 등 총 1,581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체 유효투표 1,561표 중 737(47.21%)를 획득해 윤응석 원장이 당선됐다. 오는 202810월까지 3년간의 임기를 통해 윤 원장은 대한민국 국기원의 수준을 한층 더 올려 놓겠다는 단단한 결심을 다지고 있다.

 

개발 도상국에서의 태권도 현지화

윤응석 원장은 60여 년 동안 태권도 한길을 걸어오며 지도자이자 행정가로서 오랜 신뢰를 쌓아왔다. 국기원 연수원장을 비롯해 대한태권도협회 도장 지원 특별위원회 초대 위원, 국가대표팀 감독, 기술전문위원회 의장, ·도협회 전무이사 협의회장 등 핵심 보직을 차례로 맡으며 현장과 행정을 아우르는 역량을 쌓아왔다. 그는 개인의 이력뿐 아니라 집안 전체가 태권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광주시태권도협회 고문·광주시 실버태권도연합회장인 형 윤판석, 광주시태권도협회장인 동생 윤웅철, 그리고 전 조선대학교 체육대학장이었던 윤오남까지, 네 형제가 모두 국기원 9단에 오른 보기 드문 태권도 집안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윤 원장은 오랜 시간 태권도의 가치와 전통을 지켜오며 후학 양성과 조직 발전에 힘써왔다.

그는 선거 당선 당시 이렇게 소감을 밝히기도 한다.

공적 개발 원조(ODA)에 태권도를 접목해 개발도상국에서의 태권도 현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K-태권도의 외연을 확장해 세계 속의 K-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겠습니다. 태권인 모두가 원팀이라는 자세로 태권 종주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습니다. 이번 당선은 국내외 태권도인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변화의 결실이며, 말이 아닌 실행으로 국기원의 새로운 도약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국기원이 현장과 세계 속에서 신뢰받는 세계 태권도 본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립하고, 태권도 미래 세대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태권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지역의 선수들에게 올림픽과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현지에 직접 사범 교육 체계를 도입해,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태권도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고령화 사회 흐름에 맞춰 실버태권도 보급에도 힘을 쏟을 방침도 밝혔다.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노년층의 신체 활동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가라데를 일본 태권도로 생각하기도

오는 217일이면 그가 취임한 지도 100일이 된다. 그가 실제 업무를 하면서 느낀 것은 어떤 것일까?

제가 느끼기에 국기원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정체돼 있는 듯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국내에서 바라본 인식일 뿐이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사범들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그분들에게 국기원은 여전히 고향이자 친정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막상 국기원을 찾아갔을 때 어색함을 느끼거나 예전만큼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해외 사범들과 국기원의 관계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 해외 사범들을 포럼에 초청할 계획입니다. 국기원의 본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분명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국기원은 태권도 기술을 정리하고 전파하는 곳이며, 교육을 통해 사범을 양성하는 기관입니다. 그렇게 배출된 사범들이 국기원 단증을 신청하고, 교육과 심사를 받는 구조가 국기원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입니다. 특히 단증 심사는 국기원이 책임져야 할 핵심 기능입니다.”

 

 

사실 국기원은 태권도의 세계적 위상 확대에 큰 역할을 해왔다. 해외를 기준으로 보면 태권도가 본격적으로 전파된 지는 이미 50년이 넘었으며, 1세대 사범들이 해외로 진출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약 7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초창기에는 일본 가라테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코리아 가라테로 불리기도 했으며, 태권도라는 명칭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지역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 위상이 높아지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제 사회의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태권도는 점차 가라테와 구분되는 독자적인 종목으로 자리 잡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가라테를 오히려 일본 태권도로 인식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성장 과정 속에서 한동안 해외에서는 국기원 단증이 아닌, 개별 단체나 개인 명의의 단증이 무분별하게 발급되는 현상도 이어졌다. 이로 인해 국기원 단증의 상징성과 공신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따라서 이제 국기원이 다시 중심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기원 단증은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사실상 라이선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에서 자체 단증을 발행하더라도, 최종 기준은 국기원 단증입니다.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도 국기원 단증을 별도로 취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국기원의 역할은 교육과 심사입니다. 단증의 가치는 발급 행위가 아니라, 그 이전의 교육과 심사 과정에 있습니다. 국기원은 이 기능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해외 지부 운영 방식도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오는 2월 말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기존 지부를 정리해 국기원 직원이 직접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이상헌 비서실장 매우 큰 역할 기대

그의 이러한 행보에서 당선 후 임명한 이상헌 비서실장은 매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현재 국내 태권도 행정은 대한태권도협회를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국기원의 역할은 해외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방향성 속에서 윤 원장은 태권도에 대한 이해와 외국어 능력, 국제 경험을 겸비한 인물로 이상헌 씨를 비서실장에 발탁했다. 이상헌 비서실장은 세계태권도연맹 활동 시절부터 국제 현장에서 오랜 기간 실무를 수행해 왔으며, 60~70대 해외 사범 및 태권도 원로들과 폭넓은 교류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이 비서실장은 미동초등학교와 서울체육고등학교, 한국체육대학교를 거쳐 세계태권도연맹 경기부장과 국기원 국제처장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후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 전무이사와 대한장애인체육회 국제부장을 지내며 태권도계와 체육계 전반에서 행정 경험을 축적했다.

특히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에 능통한 언어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태권도연맹 경기부장 재직 당시 고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보좌하며 국제 체육계 주요 인사들과 교류한 이력이 있다. 또한 2009년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가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회 가맹단체로 승인받는 과정에 참여했으며, 2011년 평창동계패럴림픽 유치를 위한 국제 홍보 활동을 수행한 경력도 있다.

 

함께 하는 사람 내친 적 없어

윤응석 원장에게 어떤 원장으로 남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임기를 마치고 나가는 날, 직원들이 마음 편히 손을 흔들어 주는 원장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과거에 연수원장을 5년 동안 맡았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 다시 이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그래서 조직과 현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자신도 있습니다. 임기 초에 직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여기에 돈을 벌러 왔고, 여러분에게 보너스 600%를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대한태권도협회에서 맡을 수 있는 주요 보직은 거의 다 경험했고, 개인적인 욕심은 더 이상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퇴임할 때를 기준으로 보면, 광주에 있는 기존 재산 외에 더 늘릴 생각은 없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대신 국기원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그 성과를 직원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함께 열심히 일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저의 이러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는지, 조직 개편이나 인사 이동 과정에서도 직원들이 큰 불만 없이 따라와 주고 있습니다. 저는 그 신뢰에 보답하고 싶고, 임기 동안 한 번은 정말 제대로 일해 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그는 살아오면서 자신만의 인간관계 철학을 잘 실천하며 살아왔다. 그는 살아오면서 인간관계에서 특정 인연을 의도적으로 멀리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누군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 붙잡은 적도 없었으며, 함께하고 있는 사람을 내친 경험도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떠나는 사람을 억지로 붙들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을 밀어내지 않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원칙은 조직 운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직장은 생계를 이어가는 공간인 동시에,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장소라고 강조해 왔다.

윤응석 원장은 임기를 마친 후에는 자신의 고향인 전남 광주로 내려갈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군대 생활을 빼고는 평생을 고향에서 태권도를 위해 살아왔을 만큼 태권도를 사랑한다. 앞으로 그가 훌륭하게 임기를 바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정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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