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2 15:11 (목)
민주당의 ‘중도 보수화’는 왜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의 ‘중도 보수화’는 왜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 서욱
  • 승인 2026.02.12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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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지지율에서 등락은 있지만, 꾸준하게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 공고화되고 있다. 물론 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에서는 우리 사회의 정치 지형도가 사뭇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최근 수년간 우리 정치 이념은 진보와 보수로 명확하게 갈라졌고, 그 세력이 매우 팽팽했다. 선거 때문이다 누가 중도를 선점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진보-우파-중도의 구분이 명확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은 중도 보수를 표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상당수의 중도가 이미 포함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중도 보수화는 이재명 대통령만이 시도한 것은 아니다. 실제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당은 중도 보수라는 선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오랜 세월의 노력이 결국 지금 이재명 정부의 중도 보수화를 성공시켜낸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당 정체성 규정에 대한 반발

지난 20252,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던진 메시지는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라 사실상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규정하며, 기존의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될 필요가 있다는 파격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이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색채를 탈피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전 대표의 발언 중 핵심은 민주당이 그간 성장을 도외시하고 분배에만 치우친 세력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중 경제론을 계승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민주 정부가 과거부터 경제 성장과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는 점을 역설했다. , 현재 민주당이 보여주는 실용주의적 행보는 갑작스러운 우클릭이 아니라, 당이 원래 지니고 있던 성장과 안보에 유능한 정당이라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논리였다.

특히 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평화가 곧 최고의 안보라며, 보수 정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안보 영역에서도 민주 정부가 훨씬 더 유능한 성과를 내왔음을 자부했다. 이는 보수층이 중시하는 경제와 안보라는 두 축을 민주당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건전한 질서와 헌정 체제를 수호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당이 오히려 이를 파괴하며 상식 밖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야당의 발목을 잡는 데 급급한 집권당은 진정한 보수 집단이라 부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이재명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복잡한 기류가 형성됐다. 김부겸 전 총리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은 이를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비민주적 발언이라며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는 당의 강령과 중도 보수라는 간판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반면,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러운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친명계 일각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국민 정당이라는 표현 대신 굳이 중도 보수라는 이분법적 용어를 선택한 것이 자칫 진보적 지향점을 포기하는 신호로 읽힐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같은 주장

하지만 이러한 민주당 중도 보수 정당론은 이재명 대표가 유일하게 주장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은 오늘날 민주당의 중도 보수론에 대한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5대 대선을 앞둔 19977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이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당시 그는 새정치국민회의가 보수화되었다는 시각에 대해, 창당 시기부터 중도 우파 노선을 지향해 왔다고 설명했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해 온 당의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같은 해 말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다시 나타났다. 그는 당을 중도 우파 정당으로 정의하며,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한다는 점에서는 우파적 성격을 띠고 서민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점에서는 중도적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과거 정당의 수장으로서 민주당의 정치적 성격을 보수 정당으로 규정한 적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로 재임 중이던 20158,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의 이념적 토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지형 안에서 상대 당인 새누리당과 비교되다 보니 진보적인 색채가 있는 것처럼 비칠 뿐, 실제 당의 정체성은 보수 정당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진보 또는 좌파로 분류되는 현상을 두고 사회 주류층의 편향된 시각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의 주류 세력이 지나치게 오른쪽에 치우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라고 비판했다. 또한 경쟁 당이 자신들의 기준만을 앞세워 민주당을 왼쪽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오늘날 더불어민주당이 좀 더 중도층을 포괄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이런 과거의 오랜 노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비록 최종적으로는 지명 철회가 되기는 했지만,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었던 것도 이러한 중도 보수화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진영 논리를 넘어선 통합과 실용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결단으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었고, 민주당의 정체성 재규정과 맞물려 보수층의 경제 전문가를 수용함으로써 정책적 유능함을 증명하려 했던 행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민주당이 단순히 당의 외연을 넓히는 수준을 넘어, 민주당이 한국 정치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체질 개선의 과정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과거 지도자들이 정체성을 보수나 중도로 규정했던 노력이 토양이 되어, 오늘날 이재명 정부는 보다 과감한 인적 쇄신과 정책적 실용주의를 구사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앞으로의 관건은 이러한 정체성 재정립이 단순한 선거 전략을 넘어 실제 국민들이 처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말로만 중도 보수를 외친다고 하더라도, 실제 국민들 중 상당수인 중도 보수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정당으로 변하지 않고서는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그 필요성을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지금 현재 보수에서 극우로 쪼그라들고 있는 국민의힘을 더욱 밀어붙이기 위해 앞으로도 중도 보수로의 세력 확장은 더욱 거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런 부분을 감안하지 않으면, 어쩌면 정말로 더 많은 국민들에게 민주당은 중도 보수당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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