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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3 18:30 (목) 로그인회원가입
산업계소식

Lab People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김은 책임연구원

26년간 철도 궤도 분야 매진… 해외 의존도 높던 ‘레일체결장치’ 등 100% 국산화 성공

수백 톤에 달하는 고속열차가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레일체결장치(Rail Fastening System)’에 있다. “이는 기차가 달리는 철제 레일을 침목이나 콘크리크 도상에 단단히 고정하는 핵심 부품이다단순히 레일을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열차의 하중과 충격으로 인해 양쪽 레일의 간격이 벌어지거나 비틀리는 것을 막아 탈선을 방지한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진동과 소음을 흡수하는 완충 작용을 해서 승차감을 높이고 선로 파손을 막고 철도 신호 시스템이 오작동하지 않도록 전기를 차단하는 절연 기능까지 담당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철도는 그간 이와 관련된 기술을 영국이나 독일 등 해외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이 주도해 한국형 레일체결장치의 국산화에 성공해 기술 독립은 물론 예산 절감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궤도토목연구본부 궤도노반연구실의 김은 책임연구원이다. 현재 26년째 근무하면서 이러한 국산화와 실용화에 큰 역할을 해왔으며, 그 공로로 지난 624일에 개최된 ‘2026 철도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초 및 국내 최초 기술 자립

철도에서 열차가 직접 달리는 선로는 크게 레일, 침목, 그리고 자갈로 구성된 궤도와 그 아래의 기초 땅에 해당하는 노반으로 나뉜다. 열차와 직접 상호작용하며 하중을 견디는 핵심 영역인 궤도 분야 기술 개발은 현재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이끌고 있으며 핵심 철도 부품의 국산화와 실용화에 성공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수상의 주요 배경이 된 첫 번째 성과는 레일체결장치의 국산화이다. 레일체결장치는 레일과 침목을 단단히 고정해 열차가 이탈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받쳐주는 필수 보안 부품이다. 과거 한국 철도는 유럽 등 외산 제품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으며, 이로 인해 국내 대리점 간의 과도한 경쟁과 조달 불안정 문제가 지속되어 국산화가 시급한 과제였다. 실제로 한국 고속철도의 시초인 경부고속철도 역시 프랑스 기술을 도입한 자갈궤도 방식으로 시작된 바 있다.

또 하나의 성과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궤도(PST, Precast Concrete Track) 기술의 실용화이다. PST는 공장에서 현장 여건에 맞추어 완제품 형태로 궤도를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시공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균일한 고품질 확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향후 유지보수와 하자보수 측면에서도 기존 방식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과거 유럽 주도의 기술 시장에서 외산 부품에 의존하던 한국 철도는 이번의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원천 기술을 자립화하고 철도 운행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해외 수입 제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굳어져 있던 국내 레일체결장치 시장에 드디어 우리 기술을 통한 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진과 철도 당국이 힘을 모아 레일체결장치의 100%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마침내 완전한 기술 자립을 이뤄냈습니다. 이번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KR형 레일체결장치덕분에 국내 공급 체계를 안정적으로 완성했으며, 이는 선로 1,000km를 기준으로 무려 1,4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외화를 아끼는 수입 대체 효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특히 이번 국산화 성과는 기술적인 자립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국내 철도 시장의 체질을 건강하게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희는 이번 기술에 통상실시권을 적용하여 과거 특정 업체가 누려왔던 독점 공급 구조를 과감히 깨뜨렸습니다. 그 결과 역량 있는 여러 민간 기업이 동등한 조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국내 철도 부품 산업 전반에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좋은 마중물이 되었다고 봅니다.”

"따라가는 기술 아닌, 세계 철도 기술 리드하는 연구원 될 것"

대학원에서 선박해양공학을 전공했던 김은 책임연구원은 병역 특례 제도를 계기로 20008월 연구원에 입사하며 철도와 인연을 맺었다. 그가 입사한 직후인 2004년에는 한국 철도 역사의 대전환기인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됐다. 당시 고속철도 개통을 기점으로 국내 철도 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연구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와 역할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는 독자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유관 기관 및 기업들과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며 연구를 더욱 확장해왔다. 특히 궤도 분야의 경우 그가 입사한 2000년부터 현재까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단 없는 연구개발을 지속해 온 영역이다. 그 결과 과거 해외 기술에 의존했던 선로 인프라의 핵심인 궤도 구성품들은 대부분 국산화에 성공하는 결실을 이끌어 냈다. 과거 한국 철도 기술이 유럽을 비롯한 철도 선진국을 맹렬히 추격하는 이른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단계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단순한 기술 모방 수준을 완전히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해 이제는 글로벌 선진국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철도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며 함께 나아가는 글로벌 리더 수준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 국산화 사업을 통해 설계와 자재 제작은 물론, 전용 시공 장비와 핵심 시공 기술까지 궤도 공정 전반을 아우르는 턴키(Turn-key)형 기술 고도화를 달성한 것도 큰 공로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경부고속철도 건설 당시 해외 기술자들의 자문과 지원에 의존하며 막대한 외화를 지불해야 했던 기술 종속의 굴레에서 마침내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는 철도 유지보수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탁월한 경제성을 자랑한다. 기존 현장타설 공법의 경우 시공 후에도 전체 시공비의 약 1.2%에 달하는 고질적인 하자보수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반면 규격화된 공장에서 완벽한 품질 관리를 거쳐 생산되는 사전제작형 공법은 보수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초기 시공 품질은 높이고 장기적인 유지관리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추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이 같은 기술적·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는 국내 신설 철도 노선의 핵심 궤도 공법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고속철도 등 고성능·고밀도 궤도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날로 증가함에 따라 국가 철도 인프라의 표준 공법으로서 그 적용 범위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1,150km 구간에 연결

콘크리트 궤도는 기존 자갈 궤도와 달리 선로 구조가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 열차 운행의 안정성을 크게 높여줍니다. 제가 연구원에 입사했을 당시, 마침 차세대 고속열차 도입에 발맞춰 우리 손으로 직접 궤도 기술을 개발해 보자는 도전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온 힘을 다해 기술 개발에 매진했으나,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곧바로 실용화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난 2013년에 다시 한번 재개발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인 만큼 연구에 더욱 속도를 냈고, 수많은 유관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덕분에 2016년에 마침내 성공적으로 기술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실제 현장에 적용된 정량적 지표도 탁월하게 개선됐다. 국산 레일체결장치가 전국 716km 선로에 깔린 데 이어, 사전제작식 콘크리트궤도 역시 약 440km 구간에 됐다. 두 핵심 기술이 전국의 1,150km 구간을 촘촘히 채우며 철도 건설 공기 단축과 시공 품질 향상을 최일선에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김은 책임연구원은 단순 기술 공급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절연저항 저하 원인을 분석하고 침목 제작 공정을 개선하는 등 민간 기업들의 고질적인 기술 난제를 해결하는 현장 밀착형 솔루션을 제공하며 연구를 이어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성과가 민간 기업과의 상생을 통한 대규모 기술 사업화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김은 책임연구원은 10개 이상의 민간 기업에 과감히 이전하며 연구실에 머물렀던 성과를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도록 했다. 그 결과 2016년 이후 본격화된 기술 이전을 통해 거둬들인 누적 기술료 수입만 총 31.16억 원에 달해 연구 성과가 다시 수익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특히 기술 이전 이후에도 협약 개정과 성능 개량 지원을 지속하는 등 산··연이 함께 성장하는 건전한 철도 동반성장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은 책임연구원이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 서기까지는 자신의 전공과 주변 환경의 변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인공지능과의 접목이 과제

저희 연구원들은 늘 현장의 필요나 상황에 맞춰 엔지니어링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며, 끊임없이 더 많은 부분을 탐구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갑니다. 제가 처음 철도 궤도의 체결장치 연구를 맡게 된 계기는 다소 독특했습니다. 저는 원래 선박해양공학에서 구조기계를 전공했는데, 당시 팀장님께서 연구실 팀원들이 대부분 토목 기반이니 기계 전공인 제가 체결장치를 다뤄보면 좋겠다고 제안하셨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전공 지식과 레일체결장치의 기계적 메커니즘이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가 개발에 참여했던 시기가 마침 국내 철도가 기존 자갈 궤도에서 콘크리트 궤도로 급격히 전환되던 핵심적인 시점이어서 연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지난 2016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는 뜻깊은 영광을 안기도 했습니다. 사실 조선공학을 전공하고 완전히 새로운 분야인 철도로 넘어왔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는 매주 주말마다 연구실에 출근해 기초부터 밤낮없이 공부해야 했습니다. 낯선 분야에서 제가 이만큼 성장하고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 곁에서 늘 이끌어주고 아낌없이 지원해 준 연구실 동료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은 책임연구원은 현재 국내 철도 기술의 단계에 대해 과거 선진국을 추격하던 수준을 넘어,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한다는 점에 연구원들이 깊은 자부심을 품고,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에 몰두한다면 반드시 가치 있는 성과가 따라올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전했다. 무엇보다 그는 연구개발의 핵심 가치로 협업을 꼽았다. 거대하고 복잡한 철도 시스템의 특성상 성과는 결코 개인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의 유기적인 공동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비교적 전통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성격이 강한 궤도 분야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인공지능(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선로 인프라 연구에 적극적으로 접목함으로써, 철도 궤도 기술을 한 단계 더 스마트하고 안전한 미래형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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