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나 지속되는 전쟁의 후유증

전쟁이 지구의 환경을 ‘재앙’으로 몰고 가고 있다
2023년은 ‘전쟁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그 여파는 지금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전쟁은 단지 인명 살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질서를 혼란에 빠뜨린 국제전쟁이 환경에도 재앙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자비하게 사용되는 수많은 포탄이 자연보호구역까지 황폐화하고,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하고 있다. 또 바다에 유출된 기름은 전 세계로 퍼져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설사 전쟁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해당 국가들은 자연의 복구보다 인명의 치료와 건물 복구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자연의 피해는 그때부터 더욱 가속화된다. 전쟁이 부르는 환경의 재앙에 대해서 살펴본다.
100년이나 지속되는 전쟁의 후유증
전쟁은 지구에 심각한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 단지 10~20년의 문제가 아니다. 근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프랑스의 한 대학 연구팀은 알프스의 한 빙하를 시추했다. 그 결과 1930년대에 쌓인 빙하 부분에서 금속인 ‘비스무트(Bi)’의 함량이 유난히 높게 나왔다. 이 물질은 스페인 내전과 세계 2차 대전 당시에 생산된 무기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물질은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남성의 정자 수를 감소시켜 남성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땅 위에만 폐해를 남기는 것은 아니다. 전쟁 당시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선박, 항공기 잔해, 포탄 등은 바다를 중금속으로 오염시킨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에는 지뢰가 쌓여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당장 사람이 죽어가는 일도 큰 걱정이지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자연환경을 파괴한다.
폭격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즉각적인 환경오염이 시작된다. 공기, 물, 토양이 화학적으로 오염되기 시작하고, 군사시설 주변에의 윤활유 사용이나 배기가스, 연료 방출도 마찬가지다. 파괴되거나 불타 버린 차량은 늘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환경은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석유 저장소나 산업 시설이 폭격으로 받으면 그 화학적 피해는 사방으로 번져 나가게 된다.

특히 석유의 유출은 단지 그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토양오염, 수질 오염을 연속적으로 가져온다. 지난 1991년 이라크 전쟁 다시 쿠웨이트에서는 약 700개의 석유 시설이 파괴되어 무려 6백만 배럴의 석유가 유출됐었다. 그 결과 쿠웨이트 지역 담수 저수지 중 40%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유출된 석유를 제거하는 데에만 무려 7억 달러 이상이 사용되기도 했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적인 피해까지 유발했다. 또 석유 관련 시설이 불에 타게 되면 햇빛이 차단되기 때문에 일대의 평균 기온은 약 10도 씨 가까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대기오염 결과 사망하는 사람도 1천여 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 나아가 전쟁의 여파로 인해서 자연보호구역이 파괴된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초기에만 무려 900여 개의 자연보호구역이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크라이나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더 심각한 것은 단순한 화재에 의한 자연 파괴보다 무기에 의한 자연 파괴가 더 파괴적이라는 점이다. 화재에 의한 것은 토양이 그나마 다시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기에 의해 파괴된 자연환경은 그 복구력에 현저한 손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공기에 남아 있는 심각한 오염은 생물이 다시 찾아오는 것을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만든다. 실제로 군사적인 충돌이 있었던 지역에서는 종의 개체가 줄어드는 일도 있었다.
생각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온실가스 배출
사실 우크라이나는 이제까지 ‘유럽의 녹색 심장’으로 불렸을 정도로 다양한 생태계가 이루어져 있었으며 풍부한 숲과 습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별칭이 무색해질 정도로 파괴가 되어 버렸다.
또한 이러한 피해는 단순히 우크라이나 지역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국제환경단체 클라이밋 포커스(Climate Focus)의 추산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후 7개월 만에 약 1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기 때문이다. 이는 한 국가의 산업화 진행 과정에서 생산되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다. 그리고 온실가스는 지구의 대기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로 인한 폐해는 전 세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전쟁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쟁이 발생한 지 2개월 만에 발생한 온실가스는 기후 위기에 취약한 국가들 20여 개 국이 1년간 배출한 양과 맞먹는다. 더 심각한 사실은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건물들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탄소 배출량이 엄청나게 많아진다는 것이다.
국가와 국가 간의 전면전이 아니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초 벨리즈 국적의 영국 선박인 루비마르호가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아서 4만 1천 톤이 넘는 화학 비료가 바다에 유출됐다. 이후 약 29km에 이르는 기름띠가 형성됐고, 이것이 홍해로 유출되어 환경 재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다의 환경오염은 국지전에 의해서 많이 발생한다. 다수의 반군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공격을 감행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기름과 비료의 유출은 바다에 치명적인 상태를 입힌다. 물론 이 역시도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바닷물은 전 세계로 흐르게 되고, 오염된 물고기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또다시 그 지역이 오염되는 연쇄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쟁이 끝나면 평화가 찾아오고 국가는 재건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사람들도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본격적인 고통의 시작은 그때부터이다. 그리고 전쟁의 복원 과정에서 자연은 오히려 방치된다. 전쟁이 끝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무너진 건물과 도로를 다시 만드는 일이다. 경제를 복원하는 것도 매우 시급하다. 그러니 자연의 복구와 치유에 쓸 수 있는 비용도 없고 관심을 쏟을 수도 없다. 어쩌면 전쟁의 진짜 피해자들은 당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후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염되고 열악한 환경에서 그들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적인 환경 단체들은 이러한 전쟁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응답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이런 환경 문제까지 신경을 쓸 여력 자체가 없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환경오염은 전쟁에 비하면 차라리 ‘귀여운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인명 살상은 물론이거니와 그 엄청난 환경적 폐해는 지구에 ‘치명타’를 연속으로 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