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에서 일정한 역할?
신당 창당 기반으로 대권도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정치권 등장은 화려했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법무부 장관에 발탁되고, 연이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올라 선거를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선거에 패배해 사퇴할 수밖에 없었지만, 또다시 당내 선거를 통해 당 대표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비상계엄령 사태로 인해 지난 2024년 12월 16일 또다시 대표직을 사퇴했다. 이제 그는 아무런 직책도 없는, 한마디로 ‘백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권력의 맛’을 본 그가 정치를 완전히 떠나는 것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이제 앞으로 어떤 행보를 걷게 될 것인가?

비대위에서 일정한 역할?
한 대표는 12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습니다.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 이상 당 대표로서의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습니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하지만 그가 이런 발표를 하기 전까지 여전히 그의 사퇴를 만류한 친한계 인사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 소수라고 해도, 여전히 친한 세력이 존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한동훈 전 대표의 첫 번째 행보 시나리오로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일정한 직책을 맡아 당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백의종군'이 거론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여전히 강력한 팬덤과 많은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어, 그의 존재감과 정치적 자산을 당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당의 중심에서 물러나 있더라도,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반대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친윤 세력들은 한동훈 전 대표가 이번 탄핵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그들은 한 전 대표의 리더십이 당내 갈등을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분열과 혼란을 초래했다고 판단한다. 특히, 향후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가 친윤 세력의 주도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 전 대표를 다시 당의 중심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할 경우, 이는 당내 친윤-친한 간의 갈등을 다시 불거지게 할 가능성도 있다. 친윤 세력이 비상대책위를 주도하며 당을 재정비하려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의 복귀가 오히려 불협화음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백의종군이라는 행보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당내 갈등을 봉합할 명분과 신중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결속과 화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 전 대표에게 상징적인 역할이나 직책을 부여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친윤 세력과 친한 세력 간의 균형을 맞추고, 당의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제스처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혹은 이와 관련된 논의가 당내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따라 그의 정치적 향후 행보가 결정될 것이다.
신당 창당 기반으로 대권도전
현재로서는 한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한동훈 전 대표가 다시 국민의힘에서 일정한 세력을 차지하지 못하면, 그는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리고 만다. 당적은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정치적 세력도 형성할 수 없으니 결국 신당에서부터 모든 것을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한 전 대표는 조국혁신당의 성공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현실적인 정치적 기반이 없었던 조국이라는 한 사람이 인지도와 명성에 기반해 선거에서 12석의 국회의원을 확보했다는 점은 큰 성공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한 전 대표 역시 일단 신당을 창당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지도와 인지도를 유지한다면, 비록 국회의원이 없더라도 임시방편으로 정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총선은 아니더라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026년 6월에 실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의 시간이 남아 있어 당을 창당하고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따라서 2025년 상반기에 창당한다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안정적인 시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의 최종 목표는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그가 새로운 정치 세력을 기반으로 신당을 창당하거나,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구성된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갖추게 된다면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신당은 기존 국민의힘 내 갈등과 제한적인 정치적 환경에서 벗어나, 한 전 대표가 자신의 색깔과 비전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는 독자적인 정치 세력을 구축하고, 기존 정당 정치에서 벗어나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신당은 그의 강력한 팬덤과 지지층을 결집시켜 대권 도전의 현실성을 높여줄 수 있다. 기존 정당 내에서 친윤 세력과의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신당 창당은 그에게 새로운 정치적 활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당을 통해 구축된 정치적 자산은 그의 대권 도전의 필수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

한편, 한동훈 전 대표가 정치의 전면에서 완전히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뒤 곧바로 자숙 없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그는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고 정치적 재기를 서두른다는 지적을 받으며, 당내외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한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한 후 곧바로 언론에 등장하거나 새로운 정치 행보를 시작할 경우, 비슷한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자숙하며 반성과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그의 행보는 앞으로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중요한 기로가 될 수 있는 만큼, 성급한 움직임보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한 전 대표가 이번에는 지난 총선 이후와는 달리, 어느 정도 자숙의 시간을 갖고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한동훈 전 대표가 정치를 완전히 떠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