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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3 18:17 (목) 로그인회원가입
컬처노믹스

[보이는 겉, 보이지 않는 것] 사라지기를 선택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미술관의 질서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개막했다.
스스로 분해되고 소멸하며, 기꺼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고자 하는 ‘삭는 미술’을 한데 모은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는 자신의 분해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작품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엮어 소개하는 전시이다. 인류 활동이 지구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 곧 ‘인류세’가 야기한 총체적 위기 앞에 작품이 어떻게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 역사적·미학적·사회적 의미를 탐색 해본다.

플라스틱과 콘크리트로 뒤덮인 지층은 인류가 남긴 욕망의 찌꺼기들로 가득하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 앞에서 예술은 더 이상 박제된 상태로 존재하기를 거부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는 훌륭한 작품이란 곧 변하지 않을, 혹은 영원히 변해서는 안 될 작품이라는 통념이 과연 동시대에도 유효한가를 묻는다. 전시는 만일 이러한 작품의 변화를 미술관이 수용한다면, 그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와 같은 흥미로운 질문으로 관객을 이끈다.

보존을 넘어 순환으로

전시는 ‘서막’과 1막 ‘되어가는 시간’, ‘막간’, 그리고 2막 ‘함께 만드는 풍경’이라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국내외 작가 15인(팀)의 회화, 조각, 설치 등 50여 점 작품을 선보인다. ‘서막’에서는 삭는 미술의 두 가지 핵심적 메시지를 소개하며 공동체의 경험이 새겨진 아카이브이자 토대인 흙을 재생시키고 나누며, 작품은 삭는 미술에 내재하는 공동성의 계기를 보여준다. 1막 ‘되어가는 시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삭아 가는 작품을, ‘막간’에서는 전환을 준비한다.

2막 ‘함께 만드는 풍경’에서는 인간이 아닌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호흡하며 만든 풍경을 보여준다. 4월에는 가족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초사람 만들기’ 워크숍, ‘자연사와 현대미술 겹쳐보기’라는 주제의 심포지엄 등 다양한 연계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접근성 장치와 함께 포용적 미술관을 향한 실천도 이어진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는 촉지도를 제작하여 참여 작가들이 사용하는 대안적인 재료를 시각뿐 아닌 촉각으로도 경험 할 수 있도록 했다.
배우 봉태규가 이번 전시의 오디오가이드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미술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그는 주요 작품들을 한층 편안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안내한다. 오디오가이드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안내 앱을 통해 무료로 제공된다.

예술은 이제 영원한 기념비이기를 포기하고, 겸허히 흙으로 돌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시대에 마주해야 할 '소멸의 시학'이 아닐까.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6, 7 전시실 및 전시마당

주 최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기간 : 2026. 1. 30.(금) ~ 5. 3.(일)

입장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19:00,입장마감 1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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