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 : 2026-10-15 15:58 (목) 로그인회원가입
오피니언

[시] 마지막 은행잎이 랄라 외 - 이 신

마지막 은행잎이 랄라
​
너는 열 두 달의 열 달을
움켜쥐고 있던 주먹
나는 삼 할의 땡볕 삼 할의 바람 삼 할의 비
삼 할의 어머니와 삼 할의 아버지와
삼 할의 형제들의 혀로 나부끼던
단 일 할도 되지 않는 자투리지
​
바람을 몸에 걸치면 랄라라
너는 손을 놓고 싶지?
가질 수 없는 것이 많아진다면
가질 수 있는 것이 그 만큼 늘까
누구나 푸른 멍자국을 지우면서
황금의 피를 돌리고 싶은 거야
랄라라 구 할의 타인이
일 할의 자신에게 불을
당길 순 없으니까
​
바이바이, 구 할의 힘!
하고 외쳐보자
순간 천지는 우릴 부르는 손이 될 거야
룰루루 휘파람을 불며
발 맞춰 걸어 갈 연습을 시작할 때야
살짝 손을 놓고 우우 쓰러지는 거야
자,자,자, 힘을 빼고 오금을 당겨
발가락을 용수철 삼아 휙휙
이제 우리 월담을 즐겨봐
​

나무와 등
​
동사무소 지나다
모과나무 올려다 본다
​
만기된 더위에
푸르던 잎 봇짐을 싸고
야반도주한 내 친구처럼
제 어둠을 싸들고 사라졌구나
언제쯤 갚으마 약속도 없이
무성한 소문에 등떠밀려 떠나갔구나
​
빚쟁이처럼 점령한 높새바람에
이사 간 빈집의 등허리가 차고
문패에서 빛나는 이름들이 휘휘,
메아리 지는데
이래저래 이 저녁은
빚과 빛에 눈이 시리다
​
저물 무렵, 머리 위는 보지 말자
돌아선 사람의 등은
떠올리지 말자
말자 하는데
앙상한 빈집에 붉은 놀이 쿨럭,
전출신고도 없이 떠나버린 것들은
밥은 먹는지
뼈만 남은 낙엽이 눈에 밟힌다
​

이 신
▷ 1968년 전남 안마도
▷ 2005년 시와 시학에
<우산과 유산>으로 등단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0 / 40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