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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10-15 01:57 (목) 로그인회원가입
컬처노믹스

25주년 키아프 서울, 아트페어의 경계를 넓히다

25주년 맞은 Kiaf SEOUL 2026, ‘공존’ 주제로 새로운 예술 경험 제시

25주년을 맞은 Kiaf SEOUL 2026이 막을 내렸다.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한자리에 모인 이번 행사는 국내외 미술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동시에, 오늘날 아트페어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자리였다. 올해의 키아프는 작품을 사고파는 공간에 머물지 않았다. 음악과 미식,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장을 하나의 문화적 경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결국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수많은 작품 사이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그림일 것이다. 작품 앞에 머무르며 작가가 만들어낸 무한한 세계를 헤아리는 시간은 아트페어의 분주함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감상의 기쁨을 선사했다. 이번 키아프는 시장의 활기와 관람의 즐거움, 그리고 한 점의 작품이 건네는 조용한 울림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5년의 시간을 지나온 키아프가 이제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한국 미술시장과 관람 문화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그 현장을 돌아본다.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 폭넓어진 거래 

올해 키아프에서는 고가 작품부터 중저가 작 품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이 고르게 거래되 며 최근 수년간 이어진 미술시장의 조정기를 지나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VIP 프리뷰부터 국내외 컬렉터와 미 술계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개막일인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지난해보다 5~10% 많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다. 키아프 단독으로 열린 일요일에도 8,000여 명 에 가까운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행사 기간 전 체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8만여 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특히 올해는 검증된 주요 작가들의 작품에 대 한 관심과 함께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중견·신진 작가 들의 작품도 고르게 주목받았다. 단순히 작품을 둘러보는 데 그 치지 않고 작가와 작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작품을 꼼 꼼하게 살펴보는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젊은 세대와 신규 컬 렉터의 참여가 확대된 것 역시 올해 키아프에서 확인된 중요한 변화다. 이는 미술시장의 관심이 일부 고가 작품과 기존 컬렉터 층에만 머물지 않고 보다 다양한 가격대와 세대, 작가층으로 확 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판매 현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나타났다. 국제갤러리는 유영국, 박서보, 안규철, 홍승혜, 장-미셸 오토니엘, 줄리안 오피 등의 작품 20점 이상을 판매했으며, 갤러리현대는 백남준, 정상 화, 김보희, 김성윤 등의 작품을 통해 18억 원 이상의 판매 실적 을 기록했다. 표갤러리에서도 김창열, 하종현, 김강용, 위이 등 의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해외 갤러리에서도 알렉스 카츠의 작품이 약18만 달러에 판매되는 등 주요 작가와 동시대 작가를 아우르는 거래가 이어졌다. 특히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이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올해 키아프가 보여준 시장의 폭을 상징 적으로 보여준다.

‘공존’으로 확장된 아트페어 

올해 키아프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작품을 사고파는 전통적인 아트페어의 기능 을 넘어 관람객이 예술을 경험하는 방식 자체 를 확장했다는 점이다. 키아프는 올해 처음으 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도입하고 정구 호 디렉터와 함께 공간과 콘텐츠 전반의 변화 를 시도했다. 전시장 곳곳에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적용하고 작 품과 공간, 관람객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보다 몰입도 높은 환경을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올해의 주제인 ‘공존(Coexistence)’이 있었다. 인간과 기술, 서로 다른 세대와 매체, 예술과 일상이 함께 존재 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가능성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풀어냈다. 특별전 《HUMAL》은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탐색했 으며, 증강현실을 활용한 《VIRTUAL VITAL》은 현실의 작품 을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해 새로운 감상 방식을 제시했다. QR코드를 통해 작품을 3차원 디지털 공간에서 감상하도록 한 방식은 실제 전시장과 가상공간의 경계를 오가며 작품을 경험하 게 했다. 예술의 장르를 확장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Kiaf Classic’ 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을 통해 미술과 음악이 만나 는 자리를 마련했으며, ‘Kiaf Portrait’와 동시대 미술을 주제로 한 토크 프로그램도 관람객과 예술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장으로 기능했다.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OUTfront : Kiaf ×MediaArt SEOUL》과 인천국제공항 특별전 《The 6th WeConnect, ART & FUTURE》는 예술의 무대를 전시장 밖으로 옮겼다. 이러한 변화는 아트페어를 바라보는 관람객의 경험에도 영향을 미쳤다. 작품 사이를 오가며 한 점의 그림 앞에 오래 머무는전통적인 감상에 음악과 미식, 기술이라는 새로운 감각이 더해졌다.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가 공연을 듣고, 공간을 경험하고, 다른 장르의 예술을 만나는 흐름은 아트페어를 보다 일상적인 문화 경험으로 확장했다. 결국 올해 키아프가 보여준 ‘공존’은 단순한 주제어에 머물지 않고 서로 다른 예술적 경험을 한 공간 안에서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작가와 관람객을 잇는 새로운 25년 

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Kiaf HIGHLIGHTS’ 역시 올해 한층 강화됐다. 세미파이널리스트10명 가운데 고사리 작가와 임노식 작가가 최종 선정돼 각각 1 천만 원의 작가 지원금을 받았으며, 올해는 갤러리 부스 안에 별 도의 인부스 전시 공간을 마련해 선정 작가의 작업세계를 보다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작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 작가의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관람객에게 새로운 작가를 발 견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5주년을 맞아 마련된 파트너십도 예술 경험의 범위를 넓혔 다. KB금융그룹과 현대백화점, 마리끌레르 등 다양한 파트너 가 전시와 토크, 공연,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F&B 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과 미식, 디자인 과 일상이 만나는 공간을 구성했다. 특히 3년 연속 리드 파트너 로 참여한 KB금융그룹은 김택상 작가의 특별전 《별의 축적(A Gathering of Stars)》을 선보이며 빛과 색을 중심으로 한 신작을 소개했다. 아트페어 안에 별도의 완성도 높은 전시를 구성함으로써 작품 을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 했다. 전시장에는 국내외 미술계 주요 인사들의 방 문도 이어졌다.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작가, 컬 렉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대중문화 인사 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해외에서도 퐁피두 센터와 웨스트번드 아트앤 디자인, 아란야 아트센터 등 주요 기관과 미술 계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이는 키아프가 국내 미술시장의 거래를 넘어 한국 미술을 해 외 미술계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 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지난 25년간 한국 미술시장과 함께 성장해온 키아프는 올해 시장의 흐름을 확인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했다. 작품의 거래라는 아트페어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작가와 갤러리, 컬렉터와 관람객이 예술을 매개로 만 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혀간 것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작품 사이에서 우연히 한 점의 그림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색과 선을 바라보며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감상의 순간은 여전히 키아 프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남았다. 작품을 둘러싼 시장의 언어와 새로운 기술,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더해지는 가운데서도 결국 사람을 전시장에 머물게 하는 것은 한 점의 작품이 건네는 조용 한 울림이다. 올해 키아프는 그 감상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새로 운 세대와 장르, 기술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다음 25년의 가능성 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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