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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노믹스

그 어떤 선택의 결과

Column 김치환

 2024.12.24. 크리스마스 이브날 나는 인천 연안부두 어시장에 있었다. 이유는 사무실 직원과 한 해를 보내는 이른바 망년회를 가지기 위해서이다. 망년회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으나 그대로 쓰기로 한다. 연안부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 사람의 선택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평소 신선한 회를 먹기 위해 이곳을 찾지만, 수산물시장 밖을 나서면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배회하는 것이 자주 목격되기도 한다. 오늘 이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다.
 

 아무튼, 우리는 회식을 끝내고 근처 노래방으로 이동하였고, 그곳에서 한 해 동안 서러웠던 기억, 아픈 기억들을 털어내는 자리가 되었다. 그들의 노랫소리는 즐거움보다 비장하기까지 하다. 밤 12시가 넘어가고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한결 나아지고 서울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가 인천을 벗어날 즈음 아내에게 도착할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휴대전화를 찾았으나 없었다. 갑자기 긴장하였다. 아무리 뒤져도 없다. 이때 20분 전쯤 인천 연안 부부 어시장 화장실에 순간적으로 놓고 온 것이 생각나 택시 기사에게 부탁하여 택시를 돌려 그곳 화장실에 찾아갔으나 그곳에 없었다. 이어 노래방까지 뒤지고 노래방 주인의 휴대전화로 내 휴대전화에 전화하였으나 아무도 받아주질 않았다. 이에 회식하였던 회센터에도 뒤졌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수십 번을 걸어도 받지 않았다. 1시간여를 찾다가 근처 파출소에 신고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휴대전화에 끼워져 있었던 내 신용카드를 정지 신청을 하였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휴대폰 통신사 고객센터에 부탁하여 내 휴대전화의 위치를 추적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가기 싫어하는 아내를 대동하고 운전을 하며 인천 연안부두 어시장으로 향했다. 가는 중에도 계속 내 전화를 누가 받는지 전화를 했다. 가는 도중 통신사에서 저자의 휴대전화가 연안부두 어시장 근처와 노래방 사이 정도에 있음을 주변 주소를 알려주었다. 알려준 노래방 근처 어시장 근처 풀숲 등을 아내와 애타게 찾고 찾아도 신호는 갔지만 휴대폰은 받지 않았다. 근처 파출소에 전화하여 상황설명을 다 하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파출소 직원이 현장에 왔지만 뾰족한 대안을 주지 못했다. 그때 아내가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새벽녘에 카드사용이 있는지 여부를 알면 휴대폰 소지자의 위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카드사에 바로 문의했다. 


 결과는 새벽 3시에 누군가가 내 카드로 연안부두 어시장 근처 24시 편의점에서 담배 1보루를 사고, 이어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2만 원 상당의 김밥도 산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나는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평소 똑똑하고 집념이 강한 아내는 이대로 서울로 갈 수 없다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편의점에 찾아가 카드사용 시간에 CCTV를 상황설명을 하며 보여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였다. 편의점 직원은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카드 분실신고 내용과 파출소에 휴대폰 분신신고 사실을 확인하고, 아내의 애원에 감동했는데 결국 CCTV를 공개해주었다. 그것을 우리는 문자 파일로 받았다.

 그런데 CCTV 속의 카드 사용자는 70대의 노인이었고 옷차림이나 여러 행색을 보았을 때 노숙자처럼 보였다. 아내는 CCTV를 휴대폰으로 받아 파출소로 갔다. 파일 사진을 주니 파출소 직원은 이 근처에서 자주 목격되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했다. 카드사용으로 CCTV 확보 등은 아내의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나는 이미 휴대폰 속의 많은 정보를 잃었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 이른바 멘붕 상태에서 판단 능력을 이미 상실한 상태였다. 우리는 경찰이 이 사진을 중심으로 한번 수소문을 해보겠다는 그 말만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망연자실 상태에서 온 몸에 힘이 빠진 상태로 서울집으로 허탈하게 향했다. 

 서울로 30여 분을 운전하고 올라오고 있는데 아내 전화기로 내 전화번호가 뜬 것이 아닌가. 너무 놀라 아내가 격앙되는 목소리로 `어머 자기야, 자기 전화번호가 떴어.`라며 전화를 받았다. 경찰관이었다. 경찰관이 내 휴대폰을 찾아 전화를 준 것이다. 우리가 서울로 올라오고 있을 때 경찰관은 내 휴대폰과 신용카드를 가져간 CCTV에 있던 그 사람을 찾아 내어 휴대폰과 신용카드를 압수하였고, 그 사람을 임의 동행으로 파출소까지 데려 온 것이었다. 이에 담당 경찰관은 나와 아내에게 그 사람과 대면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나와 아내는 그 사람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수십 분 정도 다른 곳에 있다가 오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애타게 찾았었던 휴대폰과 신용카드를 경찰관으로부터 무사히 돌려받았다. 우리 딸이 선물했던 휴대폰이었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었었다. 그리고 아마 내가 흥분에 못 이겨 그 사람과 몸싸움이 예상되어 경찰관은 대면을 못 하게 사전에 차단한 것 같다.


 이런 소동을 겪고 나는 이제 찾았으니 그 사람에 대한 처벌은 원치 않는다는 조사만 남기고 파출소를 나왔다. 그다음 날 경찰관은 내게 조사내용을 알려주었는데 그 내용은 그 사람은 아내와 자녀들이 있는 즉 가족이 있는 사람이며, 그전에 공사현장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가족과 헤어져 노령연금으로 보증금이 없는 여관 이른바 달셋방에서 여러 해를 지내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그런데 연금으로는 좋아하는 담배,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없었는지……. 마침내 휴대전화 속에 끼워져 있는 습득한 휴대폰 속 카드를 꺼내어 담배 1보루를 사고 또 이동하여 새벽에도 영업하는 김밥집에서 김밥을 샀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내가 카드를 정지시키지 않았으면 계속 사용하려고 카드를 버리지 않았고, 휴대폰을 미처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관의 전하는 말에 가슴속 어딘가에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그것은 치밀어 오르는 화는 아닌 듯했다. 지난 50여년간 가장으로서 공사현장 혹은 여러 일을 하는 등 자신을 돌보지 않고 살아왔을 터인데 이제는 그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여 객지를 떠돌다가 그나마 배고픔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이곳 연안부두를 선택하였을 것이다. 가족이 있어도 찾아가지 못하는 그러한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몰라도 한 인생의 몰락은 내가 목격하게 되었다는 것들이 가슴속 언저리에 뜨겁게 아려온다.
 

그리고 1개월 후 파출소가 아닌 검찰청에서 그 사람이 벌금 약식기소 되었다고 알려왔다. 나는 처벌은 원치 않는다고 하였지만, 피해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벌금 기소가 될 것 같다. 제발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사람이 사노라면 능력이 부족하여 아니면 자신의 노력에 비해 하늘이 그 사람을 끝내 돌보지 않아 아니면 그 사람 자신이 좋지 못한 선택을 하여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던지 이젠 그 사람에 대하여 인과응보가 아닌 사람다운 삶을 살게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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