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가구’라고 하면 여전히 외롭고 경제적으로 불안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결혼하지 못했거나 가족과 떨어져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1인 가구를 일부 사람들의 특별한 생활방식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국내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일반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10가구 가운데 3가구 이상이 혼자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2052년에는 이 비중이 41%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하나금융연구소가 경제활동을 하는 만 25~59세 1인 가구 1,000명을 조사한 결과도 1인 가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조사 대상자의 월평균 소득은 425만 원, 평균 순자산은 3억6,000만 원이었으며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과 투자에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앞으로 결혼하거나 재혼할 계획이 없는 이른바 ‘지속 1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3,000만 원이었으며 현재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도 83%에 달했다. 물론 이 조사는 경제활동을 하고 일정한 자산을 보유·관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전체 1인 가구의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혼자 살면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삶의 만족도도 낮을 것’이라는 기존의 생각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소비보다 미래에 돈을 쓴다
하나금융연구소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보다는 돈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생활비로 모두 써버리기보다는 저축과 투자에 상당한 몫을 배분하고 있었다. 가족을 부양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자신의 주택과 노후, 미래의 생활을 위해 돈을 쌓아가는 것이다. 특히 장기간 혼자 살기로 마음먹은 사람일수록 노후와 간병, 요양과 같은 문제를 미리 준비하려는 성향도 강했다.
혼자 살면 자신만을 위해 자유롭게 돈을 쓸 것이라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만큼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자산관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혼한 사람에게 주택 마련이나 자녀 교육이 장기적인 재무계획이 된다면 이들에게는 자신의 노후와 건강, 돌봄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셈이다.
최근 1인 가구의 금융생활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2026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보면 예·적금에만 돈을 넣어두기보다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금융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더 나아가 부업이나 이른바 ‘N잡’을 통해 추가 소득을 만들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반드시 경제적으로 취약한 존재라기보다는 자신의 소득과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하나의 독립적인 경제주체로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혼자 사는 삶도 하나의 선택
더 중요한 변화는 1인 생활을 바라보는 당사자들의 생각이다. 과거에는 혼자 사는 기간을 결혼하기 전이나 이혼 이후의 일시적인 상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하나금융연구소가 분류한 ‘지속 1인 가구’는 앞으로도 결혼이나 재혼을 하지 않고 현재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다. 여성과 40·50대의 비중이 높았고 평균적으로 13년 동안 혼자 생활해왔다. 잠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생활방식을 만들어온 사람들인 셈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별도 조사에서도 혼자 사는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이전 조사보다 높아졌다. 앞으로도 1인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도 의외로 단순했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해서’였다. 결혼 상대를 구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에서 자유와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는 2026년 『필연적 혼자의 시대』라는 책을 집필하면서 1인 가구 100여 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그는 YTN과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의 모습 역시 어느 한쪽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려렵다고 말했다. 1인 가구라고 해서 모두 외롭고 어려운 것도 아니고, 반대로 자유롭고 멋진 ‘나 혼자 산다’의 생활만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은 직장에 다니고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며 자신의 생활을 꾸려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1인 가구가 워낙 많아지면서 ‘1인 가구만의 특별한 삶’이라는 말 자체가 점차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도 이미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 편의점과 식품업체에서는 1인용 식품과 소포장 상품이 자연스러운 제품군이 됐고 배달업계에서도 한 사람이 주문할 수 있는 메뉴가 확대되고 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관광지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여수시는 1인 여행객이 눈치를 보지 않고 식사할 수 있도록 ‘혼밥 식당’을 별도로 선정했고, 제주에서도 여러 명이 함께 먹는 경우가 많았던 갈치요리를 1인분으로 판매하는 식당이 등장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 역시 ‘1인분’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혼자가 아니라 고립
그렇다고 1인 가구의 삶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국가 전체의 1인 가구를 놓고 보면 소득과 자산 수준은 여전히 일반 가구보다 낮고, 특히 고령 1인 가구나 저소득층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경우도 많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더 자주 경험한다는 조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지속 1인 가구가 잘살고 행복하다’는 하나의 조사 결과를 모든 1인 가구에 적용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최근의 연구와 조사에서 분명해지는 것은 ‘혼자 산다’와 ‘외롭다’를 같은 말로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혼자 살면서도 친구와 가족, 동료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다. 반대로 가족과 함께 살아도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고 정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집 안에 몇 명이 함께 사느냐보다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에 더 가깝다.

정부의 가족정책도 이러한 사회 변화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해 확정된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는 1인 가구와 고립·돌봄 위기 가구 등을 중요한 정책 대상으로 명시했다. 결혼한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구만을 사실상의 표준 가족으로 놓고 정책을 만들기에는 우리 사회의 생활방식이 이미 너무 많이 변한 것이다.
믈론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의 생활이 무조건 행복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있고 외로움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장기간 혼자 살면서 자산을 관리하고 노후를 준비하며 현재의 생활에도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분명하다. 이제 혼자 산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의 경제력이나 행복, 외로움까지 짐작하기는 힘들어졌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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