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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10-05 19:52 (월) 로그인회원가입
이슈분석

Social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꿈꾸는 어른들의 요즘 트렌드

지난 5월 어린이날을 앞두고 편의점 CU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포켓몬 카드와 산리오 스티커, 패트와 매트 굿즈 등 어린이날을 겨냥해 내놓은 캐릭터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는데, 정작 가장 많이 구입한 사람들은 어린이가 아니었다. 캐릭터 상품 구매자의 33.1%가 20대였고, 30대가 28.3%로 그 뒤를 이었다. 20~30대를 합치면 61.4%에 이른다. 포켓몬 카드팩은 출시 사흘 만에 25만 개가 팔렸다. 어린이날 상품을 어른들이 더 열심히 사고 있었던 셈이다. 포켓몬뿐만이 아니다. 헬로키티와 마이멜로디, 쿠로미 같은 산리오 캐릭터는 화장품과 패션, 식품, 생활용품까지 영역을 넓혔고, 한때 초등학생들의 장난감이었던 다마고치도 다시 목걸이나 가방에 달고 다니는 패션 아이템이 됐다. 일본의 완구업체 반다이는 지난해 1996년 처음 등장한 다마고치의 세계 누적 출하량이 1억 개를 돌파했다고 발표하면서 현재를 ‘4차 붐’이라고 표현했다. 30년 가까이 된 장난감이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 물건을 사는 어른들

캐릭터를 좋아하는 성인이 일부 마니아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개한 조사에서 최근 1년 동안 캐릭터 상품을 구입한 사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는 20~30대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잇는 세대가 바로 10대였다. 흔히 캐릭터 상품의 핵심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보다 20~30대 성인의 비중이 더 컸던 것이다.

상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가 실제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도 20대는 74.7%, 30대는 73.9%에 달했다. 캐릭터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상품을 직접 구매한 비율 역시 20대가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제 캐릭터 산업을 어린이를 상대로 부모의 지갑을 여는 산업이라고만 보기 힘들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인이 자신의 돈으로 자신의 취향을 사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흐름은 이미 몇 년 전 포켓몬빵에서 크게 나타났다. 1990년대 어린이들이 일명 ‘띠부씰’을 모으기 위해 사 먹었던 포켓몬빵이 2022년 다시 등장하자 이번에는 당시 어린이였던 20~30대가 편의점 앞에 줄을 섰다. 그 결과 포켓몬빵은 재출시 두 달 반 만에 2200만 개가 넘게 팔렸고, 2023년에는 연간 매출이 1100억 원을 넘어섰다. 2024년 1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2억2000만 봉에 달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포켓몬빵을 사 먹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월급을 받는 어른이 돼 다시 같은 캐릭터를 사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도 이들을 아예 별도의 소비층으로 보기 시작했다. 레고코리아는 올해 포켓몬과 협업하면서 1000개가 넘는 브릭으로 만드는 레쿠쟈와 2386개 브릭으로 구성된 대형 몬스터볼 등 성인을 겨냥한 제품을 공개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작은 장난감이었다면 이제는 어른들이 집에 전시하고 수집하는 고가의 취미 상품으로까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힘든 현재가 과거를 불러낸다

그렇다면 왜 어른들은 다시 어린 시절의 물건을 찾는 것일까? 단순히 귀엽기 때문만이라고 보기는 힘든 면은 분명이 존재한다. 심리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노스탤지어’, 즉 향수가 현재의 불안이나 외로움, 불확실성을 견디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과거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행동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높이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어져 있다는 감각을 되찾도록 도울 수 있다. 여러 심리학 연구에서도 향수가 사회적 연결감과 삶의 의미, 자기연속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확인됐다.

특히 불안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과거에 소비했던 추억의 상품을 더 찾게 된다는 연구도 있다. 자신의 존재나 사회적 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클수록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스트레스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느낄 때 과거와 관련된 콘텐츠나 상품을 찾으면서 현재의 걱정에서 잠시 벗어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청년들이 처한 상황과도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청년 고용의 어려움이 포켓몬이나 다마고치 판매량을 직접 끌어올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조건으로는 충분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세 고용률은 2022년 46.0%에서 올해 7월 42.6%로 떨어졌고, 25~29세 역시 2024년 72.5%에서 올해 7월 71.4%로 낮아졌다. 취업과 소득, 집값과 결혼,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까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쉽게 예측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반면 포켓몬과 헬로키티, 다마고치는 정반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알 수 없는 불안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좋아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 접하는 상품처럼 마음에 들지 않을 위험도 적고, 과거에 좋아했던 기억까지 함께 연동되어 있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피카츄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만큼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셈이다.

어른이 된 뒤에야 마음껏 살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추억 소비를 현실이 힘든 사람들이 과거로 도망가는 현상이라고만 보는 것도 맞지 않는다. 여기에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어린 시절에는 돈이 없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취향에 돈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장난감을 사고 싶으면 부모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포켓몬 카드 한 봉지, 산리오 필통 하나를 사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지금의 20~30대는 다르다. 월급을 받은 뒤 자신이 좋아했던 캐릭터의 인형과 가방, 화장품, 한정판 굿즈를 자기 판단으로 살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취향과 성인이 된 뒤의 구매력이 뒤늦게 만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나를 위한 작은 보상’이라는 의미도 더해진다. 향수가 실제 소비 행동을 자극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는데, 미국과 유럽 연구진이 진행한 여러 차례의 실험에서는 향수를 느끼게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상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단순히 과거가 그리워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지갑까지 열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요즘의 캐릭터 소비에는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들어 있다고 봐야만 한다.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이 있고, 힘든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려는 마음이 있으며, 지금의 나에게 작은 보상을 주고 싶은 욕구도 있다. 동시에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는지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캐릭터는 장난감에 머물지 않고 옷과 가방, 화장품, 식품, 전자기기까지 계속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어른들이 포켓몬 카드를 사고 다마고치를 키운다고 해서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마음대로 가질 수 없었던 것을 이제 자신의 돈으로 선택하고, 그때 느꼈던 즐거움을 지금의 생활 속으로 다시 가져오는 행동에 더 가깝다. 어쩌면 지금의 20~30대는 몸은 성인이지만, 마음을 여전히 어릴 때의 행복을 꿈꾸는 어린이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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