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모습은 전 국민적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32강 진출에 실패한 후 팬들의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고 대통령조차 이에 나서서 질타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경기에서 졌다고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한국축구협회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미 여러 건의 고발이 이루어졌고, 향후 본격적인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팝과 K드라마는 물론이고, 한국인들이 만들어내는 산업 경쟁력은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다. 그런데 같은 한국인이 하는 축구는 왜 이렇게 혁신을 하지 못하고, 수년째 답답한 행보를 계속 이어오는 것일까? 여기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시스템적인 문제가 핵심으로 손꼽히고 있다. 정몽규 회장, 이임생 기술총괄, 홍명보 감독은 모두 고려대 출신으로서 이미 ‘그들만의 리그’라는 점이 지적됐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카르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홍명보 감독의 지나치게 고액인 연봉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긴급 진단한다.
시스템이 만들어낸 성공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는 몇몇 천재적인 스타가 등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뛰어난 가수와 배우, 작가와 감독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을 발굴하고 훈련시키고, 세계 시장에 맞게 기획해 내보내는 산업 시스템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K팝은 연습생 시스템을 통해 오랜 시간 인재를 발굴하고 훈련시켰다. 음악과 안무, 영상, 팬덤 관리와 해외 마케팅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하나의 산업으로 묶어서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응해 왔다. 지나치게 혹독한 훈련과 불공정 계약 문제 등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방식을 바꾸고 치열하게 경쟁해 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K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한국 드라마 산업은 국내 시청률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제작 환경도 빠르게 달라졌다. 제작 규모가 커지고 장르가 다양해졌으며, 처음부터 해외 시청자를 염두에 둔 작품도 늘어났다. 한국 시청자에게 익숙한 이야기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통하는지 끊임없이 시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K팝과 K드라마의 성공은 개인의 재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을 만들어내는 시스템과 총체적이고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축구의 현실은 무척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는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처럼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해 온 선수들이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유럽의 주요 리그와 클럽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층도 훨씬 두꺼워졌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모였을 때 각자의 장점이 충분히 살아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소속팀에서는 분명한 역할을 수행하던 선수들이 대표팀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됐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대표팀의 경기력은 불안했고, 그 실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이는 팀의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과 전체 한국 축구의 시스템을 관장하는 축구협회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협회 행정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논란의 출발점 중 하나는 2023년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시절 세계적인 공격수로 이름을 알렸지만, 지도자로서의 최근 경력과 성과를 두고는 의문이 적지 않았다. 특히 전술적 완성도와 현장 장악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고, 한국 대표팀을 맡기기에 적절한 인물인지에 대한 우려도 선임 초기부터 제기됐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을 선택한 구체적인 기준과 검증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 도약의 절호의 기회
결과적으로 클린스만호는 2023 AFC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한국 축구는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경기력은 대회 내내 불안했고 우승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 여기에 선수단 내부 갈등 문제까지 알려지면서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졌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에도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공정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당시 홍 감독은 울산 HD를 이끌고 있던 상황이었고, 시즌 도중 대표팀 감독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프로축구 현장과 팬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반발이 나왔다. 문제는 선임 절차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협회가 어떤 후보들을 검토했는지, 최종 판단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면접과 평가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감독 선임 과정이 이미 정해진 결론을 향해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커졌다. 정 회장은 2013년 협회장에 취임한 뒤 오랜 기간 한국 축구 행정을 이끌어 왔다. 재임 기간 동안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추진, 디비전 시스템 정비 등 성과로 평가받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감독 선임 논란, 승부조작 관련자 사면 파동,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문제가 반복되면서 협회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2024년 문체부 감사 이후 정몽규 회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 요구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정부 차원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축구팬들의 비판 여론도 강했지만, 정 회장은 2025년 2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대한체육회의 취임 승인까지 이뤄지면서 정 회장은 논란 속에서도 4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바로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32강 진출 실패였다. 축구팬들은 물론 전 국민이 공분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실패야말로 한국 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전 국민적인 여론이 모아졌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한국 축구를 혁신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 제대로 된 변화를 추구할 때라고 볼 수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가지듯, K축구도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쇄신을 거듭해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 아래에 끊임없이 견제를 받으면서 세계 축구의 중심에 서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더 나아가 이제 과거처럼 더 이상 ‘투혼’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축구는 선수 한 명 한 명의 노력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탁월한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 과학적인 데이터와 전술, 피지컬 관리, 더 나아가 한국 축구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유소년 교육과 지도자 양성도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은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모가 아무리 자녀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다그쳐도,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고, 제대로 된 학습 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아이는 노력과 상관없이 아주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한국 축구도 마찬가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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