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 Z세대(1997~2012년생)의 특정한 표정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젠지 스테어(Gen Z Stare)’로 불리는 이 표정은 멍하게 상대를 응시하는(Stare) 것을 말한다. 최근 미 NBC뉴스에서는 한 대학교수의 사례를 방영하며, 수업 시간에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이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거나 침묵하는 경우가 늘어난 사연을 소개했다. 여기에 답답함을 느낀 교수는 급기야 질문에 대답을 좀 하라고 다그쳤다.
이러한 표정은 한국어로는 ‘젠지 무표정’, ‘젠지 멍때리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각종 SNS에서는 이러한 표정을 따라 하거나 혹은 조롱하는 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학교에서 실제 경험담이 공유되면서 사회적 담론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표정에 대한 논란은 적지 않다. 정작 Z세대는 그저 세대적인 특성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러한 설명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도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쉴드’라는 해석도
최근 조선일보 위클리 비즈는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30~50대 직장인 765명에게 ‘젠지 스테어를 경험해 본 적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과반에 해당하는 5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미 상당수의 사람들이 젠지 스테어를 경험했다는 의미이다. 또 설문조사에서는 이러한 표정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응답자의 52%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고, 세대 간의 소통에서도 51%가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표했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는 왜 이런 표정을 지을까? 우선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자체가 어렵게 되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원격 수업과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자, 학생과 청년층은 사회적 고립을 깊게 경험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 무기력, 우울감 등 정신적 부작용이 한층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자들은 “온라인 환경은 즉각적인 반응과 감정 교류를 제한하기 때문에 사회적 기술을 기르는 데 제약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또 팬데믹을 거치면서 형성된 생활 습관도 변화의 한 축이다. 혼자 식사하는 ‘혼밥’, 혼자 코인 노래방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며 개인화된 여가 방식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는 자기만의 시간을 존중하는 긍정적 면도 있지만, 동시에 대면 관계 형성과 유지에서 익숙하지 못한 성향을 기렀다는 평가다. 사회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세대 전체가 집단적 고립을 경험한 결과’로 해석한다.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젊은 세대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기술을 연습할 기회를 잃었고, 이는 대인관계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세대 간 소통 방식의 불일치와 직장 문화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원격 수업과 재택근무의 확산은 대면 소통의 기회를 줄였고, 이는 곧 타인의 표정을 세심하게 읽어내거나 공감을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와는 거리가 먼 환경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 과정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로서의 성향을 더욱 강화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감정적 교류보다는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처리하느냐를 중시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보이는 무표정한 응시는 단순한 무관심이나 무례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 일부에서는 감정 표현을 억제하려는 의도적 행동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분석도 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피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쉴드(방어막)’라는 점이다. 이는 사회적인 피로감과 냉소도 한몫할 수 있다. 장시간의 학업·업무 스트레스, 끊임없는 사회적 비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표정 자체가 방어적으로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고객에게 불편감 줄 수도 있어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표정을 ‘상황을 이해하거나 반응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멈칫하는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상대의 의도나 대화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잠시 멈추는 일종의 ‘버퍼링’ 같은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무관심이라기보다, 오히려 신중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특히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 일부 젊은 세대는 의도적으로 감정을 억제하고, 심지어 눈빛 교환마저 절제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눈빛으로 섣부르게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답변하려는 것일 뿐이며, 서둘러 말하면 오히려 상사에게 지적을 받을 수 있어 신중하게 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표정이 기성세대의 의사소통 방식과는 다소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무례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객 서비스 현장에서는 이러한 무표정한 태도가 종종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응대하는 직원이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상대를 바라볼 경우, 고객은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거나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침묵이나 멈칫하는 행동들이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특히 친절이나 상냥한 어투가 상당히 발달해 있는 현 한국의 시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젠지 스테어는 고객에게 상당한 불편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세대가 사회 초년생으로 등장할 때마다 기성세대의 불만이 되풀이돼 왔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지금 Z세대를 향한 시선은 과거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가 겪었던 비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집중력이 부족하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사실상 시대만 달라졌을 뿐, 세대를 구분 짓는 데 늘 동원된 익숙한 논리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X세대 역시 사회에 진입하던 시기 ‘슬래커(slacker·나태한 세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냉소적이며 목표 의식이 부족한 세대라는 점이다. 당시 언론과 일부 사람들은 X세대를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확산된 개인주의 문화라고 비판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지만, 이러한 비판이 무색하듯 이후 X세대는 경제와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젠지 스테어’ 논란도 결국 사회·경제·기술 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세대 차이를 문제 삼는 익숙한 패턴의 반복이라고 해석한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한 Z세대의 무표정이나 침묵은 단순히 소통 기술의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트렌드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그들의 눈빛이나 태도를 기성세대의 잣대에 맞춰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말고,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문화의 하나로 받아들일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차이로 세대 갈등을 부풀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과도하게 분열을 조장할 수 있고, 세대 간의 차이점을 부각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그에 따라 문화와 환경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세대 간의 차이는 어떤 면에서는 매우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오히려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시선이라는 이야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