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0 20: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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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민호 기자
  • 승인 2025.10.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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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에서의 ‘극우’란 무엇이고, 그들은 누구인가?

한국 정치에도 일련의 극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아르헨티나,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치가 정치의 한복판에서 활약했으나, 국내에서만큼은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고 외곽의 아스팔트 세력으로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두고 국내에서도 일부 극우 세력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평가가 다수이다. 또 한편에서 현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들의 지지 세에 기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에서의 극우는 도대체 누구이며, 그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이들이 걸어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전체 국민의 13~21%극우로 조사돼

해외에서는 극우의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다. 영국이라면 영국개혁당’, 프랑스에서는 국민전선’, 독일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을 지지하면 그 사람이 곧 극우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기준이 정확하지 않다.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이라고 부르기는 힘들고, 실제 당 내부에서조차 일반적인 보수층과 극우층이 혼재해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극우와 가까운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조차 자신들은 극우가 아니라 매우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세력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과연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의 극우층이 존재하는지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전문 연구자들이 극우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우선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7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논문 수면 위로 떠오른 극우 : 한국 사회 극우의 현주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극우 비율은 21% 정도에 해당했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 극우 비율은 29%, 20대의 극우 비율은 28%였다. 특히 20대 남성과 70대 이상 남성의 극우 비율은 33%로 연령별 성별 비율에서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황인정 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역시 국내 극우에 대한 실태 조사를 했다. 연구 논문인 누가 한국의 극우인가? 한국 극우의 특징과 정치적 함의는 온라인 설문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을 극우 성향으로 인식한 응답자들의 정치적 특성을 분석했다. 전국 만 18세 이상 2,0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자신을 0~10 척도에서 8점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극단적 보수로 인식한 약 13%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됐다. 결국 이 두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자면, 전체 국민의 약 13~21%가량을 극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다소 축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어떤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있든 당사자에게 당신은 극우입니까?”라고 물으면 그렇다라고 확실하게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략적인 추산을 한다면 20%를 다소 상회한다고 보는 편이 조금 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극우에 대한 개념적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극우는 매우 강한 민족주의와 배타주의를 강조하며, 외국인과 난민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드러내는 사람을 가리킨다. 여기에 더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직접 실행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또한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를 지향하며,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나 다원적 가치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집단이나 개인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결국 극우라는 개념은 단순한 보수와 구별되며,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성향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의 극우의 기준은 약간 달라지게 된다. 탄핵 반대나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결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동성애자, 난민, 외국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나 차별적 시선도 극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사회적,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다만 한국 사회에서의 극우를 논할 때 무조건 그들의 사상과 마인드를 탓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돌잔치 때가 제일 좋았어요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우리 사회가 현재 극도로 불안하고 불안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릴 때에는 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크지만, ‘인서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고, 제대로 취업을 하기도 힘들고, 취업을 했다가도 계속 일자리가 유지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이러한 사회를 만든 기존 정치 세력 전체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이에 대한 매우 강한 반작용이 바로 극우층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결국 문제는 극우층 그 자체가 아닌 사회적·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적인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여학생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모두 앗아가고, 남성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하면서 페미니즘을 공격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연구자들은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면 극우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사회적·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면 사회를 극단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러한 극우 성향을 확대 재생산하는 매우 중요한 창구라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축구 커뮤니티에 들어갔다가 듣게 되는 온갖 말들을 통해서 극우적 성향이 강화되고, 이후 실제 극우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자신의 생각이 더욱 강화되는 경로를 보여준다.

다만 현재 일부 국민의힘이 극우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2025년 초 <경향신문>은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소개한 극단주의 지표를 토대로 한국 정치학자들의 분석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극우에 가까운 전체주의적인 행동은 헌법·선거제 등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언론·시민단체 등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등이다. 국내 정치학자들은 국민의힘 지도부나 지지자들이 하는 많은 주장들이 여기에 부합한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전투표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 혹은 국민저항권을 통해서 폭력을 관대하게 대하는 태도가 대표적이다. 또한 반대 당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적 인식, 언론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물론 정치 경쟁자에 대한 반대는 정반대로 진보 진영 측에서도 이뤄지고 있기는 하다. 다만 진보 진영에서는 폭력이나 선거 제도에 대한 부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결이 다르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일부 극우 지지층에 호소하거나 은근히 기대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국민의힘 자체의 극우화를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존재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한 번 형성된 극우층이 빠른 시간 내에 사라지거나 소멸되지는 않는다고 봐야만 한다. 일단 하나의 세계관이 완성되면, 그것이 무너지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그에 반대되는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부정하고 확증 편향에 사로잡히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 자체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정치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만이 이념적 양극화의 문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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