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5 12:39 (목)
임원과 관리직이 되기 싫어하는 젊은 세대 직장인들, 왜?
임원과 관리직이 되기 싫어하는 젊은 세대 직장인들, 왜?
  • 강희진 기자
  • 승인 2025.05.27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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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가 1902년 발표한 연극 작품의 이름은 피터팬, 혹은 웬디였으며, 1911년 소설로 출간되면서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작가는 피터팬을 통해 성장과 자유,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 주었지만, 또 한편으로 피터팬은 영원히 어린아이로 살고 싶은 소년을 상징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피터팬의 캐릭터가 21세기 직장 세계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바로 더 이상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고 싶지 않고 계속해서 평사원으로 남고 싶은 직장인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승진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이었으며, 더 나아가 초고속 승진은 성공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도대체 왜 오늘의 직장인들은 승진을 거부하는 것일까?

투잡, 자본 수익을 더 선호

현재보다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기 싫어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장이 되기를 거부하는 교사를 교포자라고 하고, 군대에서는 장군이 되기를 거부하는 대령을 장포대라고 부른다. 해외에서는 보스(boss)가 되기를 기피하는 현상을 언보싱(unbossing)’이라고 부르고, 한국의 직장에서는 오피스 피터팬’, 혹은 승포자(승진 포기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국 더 높은 직급으로 오르기를 거부하는 것은 다소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의 한 헤드헌팅 회사가 직장인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 봤더니, 임원으로 승진하고 싶다는 사람은 45%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54%에 이르렀다. 이러한 역전 현상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새로운 직장 풍속도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일본에서 한 언론사가 비관리직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관리직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무려 77%에 달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한 다국적 채용 컨설팅 기업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 Z세대의 52%승진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도대체 승진에 대한 인식이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존재한다. 우선 워라밸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 때문이다. 과거에는 열심히 일하고, 평생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는 것이 직장인들의 사명처럼 여겨졌다.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란 사치에 불과했고, 이런 직장인의 모습을 가정에서도 이해해 주었다. 아내는 이런 남편을 헌신적인 남편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책임감 있는 남편을 자랑스러워했다. 또한 아버지 역시 자녀들에게 이런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 주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렇게 일하다 보니 결국 개인의 삶은 피폐해지는 결과가 생겼고, 결국 워라밸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생겼다. 문제는 승진이 이러한 워라밸에 큰 장애가 된다는 점이다. 비록 현장 업무에서는 멀어질 수는 있어도 신경 써야 할 일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 비록 몸은 사무실을 떠나 있어도 늘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고생을 해야 한다. 따라서 요즘 젊은 세대는 그렇게 사는 일을 매우 피곤하게 여기고, 그 결과 승진을 거부한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근로소득이 자본소득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이에 한몫한다. 과거에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고 상환하는 일을 큰 자랑거리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렇게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봐야 집을 장만하기는 힘들어졌다. 20년 동안 아무리 열심히 저축을 해도 5억을 모으면 상당히 많이 모으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돈으로 제대로 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매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차라리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투잡을 뛰거나 부동산,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며 자본수익을 올리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상사로 진급하는 일이 별로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유대감 떨어지고 자기 성장 꾀하는 세태

또한 자신의 성장에 더욱 신경 쓰는 요즘 세태도 거들고 있다. 관리직이 된다는 것은 결국 후배들을 육성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일 자체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따라서 오히려 자신의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위해서도 진급을 기피하게 된다. 무엇보다 직장 내에서의 사회적인 유대감은 과거보다 훨씬 더 낮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재택근무도 많아졌고, 또 사회적 변화에 따라서 언제 동료와 헤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굳이 타인을 위해서 자신이 많은 신경을 쓰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일로 여겨지게 된다.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세태도 거론할 수 있다. 사실 임원이 되지 않고 현장 업무를 하게 되면 신경 쓸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자신의 업무만 제대로 해내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진을 하게 되면 신경 써야 할 일이 더 많아지고, 동시에 자신이 하지 않은 부하의 업무 때문에 자신이 무언가를 책임지는 일도 생기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승진을 거부하게 된다.

심지어 높은 직급으로 승진하게 되면 해고의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2023년 해고된 직장인의 3분의 1이 중간 관리자였다. 테슬라 역시 20226천여 명의 직원을 대량 해고한 적이 있었는데, 상당수가 급여가 높은 관리직이 그 대상이 됐다. 특히 기업 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인공지능과 각종 공장 자동화의 흐름으로 인해서 비용 절감이 가속화되고, 인간의 업무를 대신한 다양한 툴이 등장하면서 회사의 입장에서는 굳이 급여가 높은 관리직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다. 따라서 급여가 높은 관리직은 늘 해고의 1순위가 된다. 따라서 일반 직장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직장에서 근무하기를 원하고, 그 결과 승진을 거부하는 것이다.

 

사실 과거에는 상사라는 것에 대해 일종의 존경을 표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만큼 힘들게 일하고, 아랫사람을 잘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존경보다는 실질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어차피 평생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책임져 주지도 않는 그런 존경 따위를 받아 봐야 뭣하겠냐는 점이다. 또 일본의 경우에는 일종의 관리자 파워를 싫어하는 경향도 생기고 있다. 여기에서의 파워란 순수한 의미에서의 힘이라기보다는 갑질에 조금 더 가깝다. 일본 기업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약한 의미의 갑질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을 관리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갑질을 하고 싶지 않은 직장인들 역시 승진을 거부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승진 및 관리직 기피 현상은 이제 기업들에게 새로운 대응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임원이나 관리직 직원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다수의 직장인들이 이를 기피한다면 결국 기업에도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을 어떻게 잘 육성하고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느냐는 과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현재 발 빠른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따라서 무작정 진급을 회피하는 현상은 앞으로 조금 더 완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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