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난민’까지 새롭게 생기고 있어
중국에서도 탈출 러시 이어져

세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살기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기술은 끝없이 발전하며 사람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지만, 사실 세상을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엔 난민 기구(UNHCR)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강제 실향민 수는 약 1억 1,73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 80명 중 한 명이 난민이 되는 수치이다. 2022년의 1억 840만 명에서 880만 명이 증가한 수치로, 매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약 3,530만 명이 난민으로 공식 등록되었으며, 주로 시리아,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사례들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난민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난민 현황은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일까?
‘기후 난민’까지 새롭게 생기고 있어
지난해 새롭게 발생한 난민 중 약 75%는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 출신이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인접한 국가로 이동하는 경로를 택했으며, 현재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독일은 약 33만 명, 이집트는 약 18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난민 중 아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40%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난민 발생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주요 사건으로는 수단 분쟁, 가자지구 전쟁, 미얀마 쿠데타 이후의 혼란,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있다. 특히, 가자지구에서는 지난해 10월 전쟁 이후 약 17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 세력과 군부 간의 충돌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약 130만 명의 난민이 새롭게 생겨났다. 이에 대해 필리포 그란디 유엔 난민 기구 대표는 “난민 수의 급증 이면에는 수많은 인간적 비극이 자리 잡고 있다. 국제 지정학적 상황에 변화가 없는 한 난민 수는 불행히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라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의 난민 증가 추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후 난민’의 문제이다. 이는 환경적 변화로 인해 거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뜻한다. 과거에는 기후 문제로 발생한 난민 수가 많지 않았지만,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2050년에는 약 10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홍수, 지진, 산불 같은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난민도 있지만, 해수면 상승, 장기간의 가뭄과 사막화, 식수 및 식량 부족으로 인한 난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가 있다. 이 나라는 전 국토가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위기에 처해 있으며, 호주 등 주변 국가들과 국민을 기후 난민으로 받아달라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방글라데시는 저지대 국가로, 지속적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1,5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기후 난민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인근 국가들 역시 사막화로 인해 난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빈곤 국가들에서도 기후 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을 위험에 처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국가들은 이를 막을 만한 역량이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기후 난민은 국제법상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의 에이미 포프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는 이미 기후 변화의 결과로 2023년에만 수천만 명이 이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극도로 취약한 기후 지역에 수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그들의 복원력 구축과 사회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개입을 하지 않거나, 이주를 하나의 적응 장치로 여기지 않는다면, 절박한 사람들의 더 큰 이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도 탈출 러시 이어져
특히 중국인들이 집단적으로 중국을 떠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중국에서는 ‘도망간다’는 뜻의 영어 단어 ‘런(run)’과 발음이 비슷한 ‘룬(潤)’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이는 최근 시진핑 정부의 강화된 권위주의적 사회 통제와 팬데믹 이후 지속되는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2024년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시도하다 체포된 중국인의 수가 3만 7,000여 명에 달했다. 이는 2022년 3,813명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폭증한 수치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극도로 힘든 여정을 감내한다. 이들은 태국이나 터키를 거쳐 비자가 필요 없는 에콰도르에 먼저 입국한 뒤, 현지 밀입국 브로커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멕시코 북부의 미국 국경 지대까지 이동한다. 이동 거리는 약 5,000km에 달하며, 여정에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이는 사실상 목숨을 건 위험한 여정이다. 특히, 이 여정 중 범죄 피해를 입거나 맹수나 독사에 물려 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설령 망명이 거절되더라도,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해 강제 송환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이 경로를 선택한다. 망명이 받아들여지면 미국 내 차이나타운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부유층들 역시 중국을 떠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이민이 아니라 사실상 중국을 탈출하려는 의도에 가깝다. 2023년, 자산이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중국인들 중 약 1만 4,000명이 이민을 선택했다. 이들이 선호하는 국가는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이며, 그 결과 일본에 장기 체류 중인 중국인의 수는 현재 약 100만 명에 이른다.
부유층이 이민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 이유보다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과거 후진타오 주석 시절에는 표현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었으나,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억압적인 분위기가 강해졌다. 지난 10년간 중국인의 해외 망명 신청자는 약 100만 명에 달한다. 캐나다로 이주한 중국 경제학자 마오위스는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강하게 비판하며, "평생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전 세계 각국은 난민 문제로 인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난민 인정이 특히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1994년 이후 약 20년간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총 1,439명에 불과하다. 2023년 한 해 동안 난민 심사는 5,950건이 이루어졌으나, 인정 비율은 1.53%에 불과했다. 이는 100명 중 2명도 인정받지 못하는 비율이다. 난민이 인정되고 수용된 비율은 0.9%로, 2023년 EU의 평균 난민 수용 비율인 43%, 그리고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 30%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난민 수용 문제는 정부 입장에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난민 수용이 인도적 차원에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외국 난민의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난민 수용이 국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난민이 정착 과정에서 겪는 문화적·언어적 차이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