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하게 사용량이 늘어난 데이팅 앱
국내에서는 ‘러닝크루’들 사이에 연애도 늘어나

이성교제에 대한 욕구는 본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과 다른 성(性)의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은 인간에게 최고조의 감정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계 이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소개받거나 우연한 만남의 기회를 활용했지만, 디지털 데이팅 앱이 출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의존했다. 특히 이러한 만남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에만 의지해 만남의 기회를 찾는 것도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물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신분 등을 속일 수 있다는 점 등은 단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디지털을 통한 애인만들기’ 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남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급격하게 사용량이 늘어난 데이팅 앱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데이팅 앱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2016년에는 약 2억 4천만 명이 온라인 데이팅 앱을 사용했지만, 2022년에는 3억 6천만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 기기 사용의 증가와 디지털 교류의 일상화가 이러한 성장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데이팅 앱으로는 틴더(Tinder), 범블(Bumble), 힌지(Hinge)가 있으며, 이들 앱은 서로 다른 타겟층을 겨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틴더는 2013년 등장한 이후 혁신적인 ‘스와이프’ 기능을 통해 단숨에 데이팅 앱 시장의 선두로 자리 잡았으며, 2022년에만 17억 9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스와이프 기능이란, 사용자가 다른 사람의 프로필을 보고 간단한 손가락 움직임으로 관심 여부를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면 관심이 있다는 표시로,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면 관심이 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해픈(Happn), 독일의 스포티드(Spotted), 스위스의 파십(Parship)이 유행중에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각국의 로컬 앱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데이팅 앱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인의 약 19%가 현재 데이팅 앱을 이용 중이며, 27%가 과거에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데이터는 전 세계적으로 데이팅 앱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시기에 데이팅 앱의 사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던 방식 대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셜 네트워킹과 만남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서 국내에서는 이른바 ‘앱만추’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앱으로 만남 추구’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간단한 스와이프 기능을 통해 매칭되기 때문에 일회성 또는 일시적인 관계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깊이 있는 관계보다는 빠르고 가벼운 만남을 촉진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팅 앱에서는 신원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가 가짜 프로필이나 사기꾼을 만날 위험이 높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가 ‘캣피싱(catfishing)’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곧 누군가가 허위 정보를 제공하여 자신을 속이거나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의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데이팅 앱은 과도한 비교나 거절 경험으로 인해 자기 존중감이 낮아지고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매칭 실패나 거절을 경험하는 사용자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여성 사용자의 경우 특히 성희롱이나 원치 않는 메시지를 받을 확률이 높아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인해 최근에는 오프라인 연애로의 회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대면 만남의 욕구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다시 활발해진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쉽게 만남을 이어오던 많은 젊은이들이 이제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피로감에 지쳐 보다 진정성 있는 관계 형성을 위해 오프라인 활동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러닝크루’들 사이에 연애도 늘어나
또한, 많은 이들이 데이팅 앱의 단편적이고 겉핥기식 만남에서 벗어나,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만남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취미 모임, 사회 클럽, 다양한 현장 이벤트들이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온라인 만남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데이팅 스타트업 ‘서스데이’를 꼽을 수 있다. 매주 목요일 전 세계 30개 도시에서 현지 레스토랑과 바를 활용하여 빠른 만남을 주선하는 새로운 형식의 이벤트를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 약 20달러, 영국에서 9파운드의 참가비를 받고 있으며, 다소 저렴한 비용으로 독특한 데이팅 경험을 제공한다. 처음 런던과 뉴욕에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운영 규모가 약 15배 이상 성장했다. 서스데이는 매주 새로운 장소에서 행사를 열어 사람들에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기회를 주며, 일회성 온라인 매칭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면 만남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달리기 모임의 회원인 ‘러닝크루’들 사이에서의 연애도 늘어나고 있다. 러닝크루 활동은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거나, 체력 훈련을 하는 등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기에 적합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친해지는 기회가 많고, 운동 후의 휴식 시간이나 모임이 계기가 되어 관계가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러닝크루는 정기적인 모임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알게되고 자연스럽게 서로 호감을 느끼고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다만, 크루 내 연애가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다른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크루에서는 이에 대한 규칙을 세우거나, 예의를 지키며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권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내부 규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까지 조절하기는 힘든 법이다.

또 국내에서는 통신사 LG유플러스의 D사내벤처TF는 2023년 4월 ‘하트트래블’이라는 오프라인 데이트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트트래블은 한 기수당 남녀 각각 6명을 선발해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데이팅 서비스다. 캠핑, 바베큐 파티 등의 일정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 간 일대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한 서비스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100명을 돌파했다. 가입자 연령대는 20대가 37%, 30대가 약 60%다. 신청자의 관심사, 이상형 등 23개 항목에 대한 설문을 분석해 참가자 중 두 배수를 추린 다음, 자기소개서 등을 꼼꼼하게 분석해 최종 참가자를 선발한다. 최근에는 실제 결혼한 커플도 탄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시니어들도 이러한 행사 참여를 선호하고 있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니 데이팅 앱조차 오프라인 만남 행사를 가지는 경우도 있다. 시니어 데이팅 앱 ‘시놀’은 2023년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6:6 미팅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자녀의 추천으로 참가한 시니어들도 있다고 전해진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데이트’는 존재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디지털은 물론, 오프라인 만남 역시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