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관광객 모두 피해자

자신이 사는 지역이 유명한 관광지가 된다는 사실을 싫어하는 현지인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다면, 사람들 이 몰리면서 경제적인 상황도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좀 사정이 달라졌다. 전 세계 10%의 유명 관광지에 관광객의 80%가 몰리면서 각종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일상이 불편해지고, 지역이 더러워지고, 적지 않은 범죄가 발생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관광객은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산층 늘어나면서 여행자도 늘어나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관광산업 규모는 약 1경 4천조원에 해당한다. 전 세계 GDP로 따지면, 약 10.4%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에는 수직상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관광지에만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오버투어 리즘(Overtourism)’ 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과잉 관광’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도시가 폭발할 지경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해마다 관광객이 계속해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코로나 직전, 전세계 해외 관광객은 15억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2030년이면 18억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왜 이렇게 관광객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한마디로 전 세계적으로 ‘먹고살 만한 사람’이 점차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지난 25년간 약 2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서면서 해외 관광을 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이나 인도 등지에서는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등 각종 OTT 서비스에서 보이는 세계 각국의 문화, 음식, 사람들의 모습이 이러한 관광 욕구를 더욱 자극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많은 관광객이 현지에서 꼭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선 가장 대표적으로는 현지인들의 삶이 더욱 팍팍하고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우선 부동산 가격과 현지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관광객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현지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지게 되고, 결국 고정된 수입으로 살아가던 현지인은 점점 더 가난해져 결국 현지에서 살아갈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이렇게 현지인이 쫓겨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환경 오염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불법 쓰레기 투기 등의 문제가 나타난다. 실제 청정지역인 에베레스트의 일부 코스에서는 사람들의 대소변이 상당히 많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또 사람이 많아지니까 관광을 온전히 하기 힘들고, 곳곳이 훼손되는 일도 발생한다. 실제 관광객조차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온전히 관광지를 즐기지 못했다’라는 평가가 생기고 있다.

현지인, 관광객 모두 피해자
낮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밤이 되면 더 많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여행자들이 현지에서 술을 먹는 일은 너무도 흔하다. 또 그래야만 인근의 각종 술집, 식당, 상점들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음주후에 싸우거나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북촌 한옥마을에서도 이런일은 자주 일어난다. 현지에서 조용하게 살기를 원하는 현지인들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또 마약이나 성매매의 문제도 생긴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런 일이 그리 많지 않지만, 예를 들어 성매매가 합법화되어 있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니 이제는 현지인들이 관광객을 거부하는 상황이 생길 정도다.
과거 관광객들을 반기던 분위기에 비하면 ‘기이한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객도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자전거가 훼손되고 관광 버스가 훼손되기도 한다. 일국 국가 관광지에서는 현지인들에 의한 시위까지 발생하고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국 정부들이 수습에 나섰다. 우선은 관광객과현지인의 물가에 가격의 차이는 두는 것이다. 관광객에게는 다소 비싼 가격으로, 자국민에게는 좀 더 싸게 하는 ‘이중 가격제’를 시행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관광객들의 거부감을 살 수가 있다. 동남아의 경우라면, 해외여행을 가는 목적 중의 하나에는 ‘현지의 싼 가격을 즐기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무시될 때는 관광을 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며, 심지어 해당 국가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기기도 한다.
또 ‘환경분담금’을 추진하기도 한다. 일종의 관광세를 매겨 서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쓴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다. 내국인 관광객의 수요까지 줄어들게 되면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후지산과 편의점이 겹치는 곳에 사진을 찍기 위해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려서 문제가 생겼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정부가 가림막까지 설치하는 상황이다. 마을에 차를 아무데나 주차하고, 교통법규를 어기고, 심지어 인근 건물 옥상에 침입해서 사진 을 찍기도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페인 바르셀로나시에서는 관광지로 가는 버스 노선을 구글에서 삭제해 버리는 일까지 생겼다고 한다. 사람들이 너무 몰려 현지인들이 버스를 타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 지역 전체를 관광 지도에서 삭제해야 한다’라는 과격한 말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또 하루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관광지도 생기고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한국의 북촌 한옥마을도 하루 관광을 제한한다.
시간으로 제한하기도 하고, 입장객 수로 제한하는 때도 있다. 사실 이러한 오버투어리즘의 피해자는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라고 할 수 있다. 관광객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이 있고, 심지어 더 비싼 돈을 내고, 또는 시위하는 모습을 본다면, 편하게 즐기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과연 행정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온전히 제어되겠느냐의 문제이다.
사형법이 있어도 살인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오버투어리즘의 문제가 법이나 행정으로 온전히 제어되기는 매우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