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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10-05 20:51 (월) 로그인회원가입
컬처노믹스

습관(習慣, Habit), 오늘의 사람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

수필 홍석태

 서언 

 사람은 자신이 반복한 것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습관은 단순히 반복된 행동이 아닐 것이다.

 나는 오히려 반복된 선택이 만들어 낸 나의 모습 이라고 생각한다.

선택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이면 성품이 되며, 성품은 결국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만든다.

공자는 《논어》 「위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일흔에 이르러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

젊었을 때 이 말씀을 읽었을 때와 나이가 들어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젊었을 때에는 그저 인생의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오랜 수양과 반복된 삶이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얼마나 깊이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말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선택을 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도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좋은 습관은 나를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반대로 잘못된 습관은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습관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나는 살아오면서 습관에는 두 시기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던 시기에는 부모와 환경이 나의 습관을 만들었고, 내가 나를 알게 된 뒤에는 스스로 선택하고 훈련하면서 습관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습관은 결국 한 사람의 성품과 인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1. 습관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규칙을 지키게 하는 것은 단순한 통제가 아니었다. 언젠가 부모의 통제 없이도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게 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1973년, 내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지인의 소개로 로스앤젤레스의 Studio City라는 곳에서 약 6개월 동안 한 유대인 가정에 머물게 되었다. 그 집에는 부부와 중학교 2학년쯤 되는 남녀 쌍둥이, 에릭과 라빈이 살고 있었다. 그때 내가 인상 깊게 본 것은 부모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이었다.

그 부모에게는 아이들과 지키는 몇 가지 분명한 약속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용돈에 관한 것이었다. 아이들에게는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일정한 금액이 주어졌고, 한 달 동안 사용할 몫을 미리 맡겨 주었다. 오늘 두 개를 쓰면 내일 쓸 몫이 줄어든다. 부모가 매일 간섭하지 않았다. 선택은 아이에게 맡기고, 그 선택의 결과 역시 아이가 경험하게 했다. 아이가 부족한 자금을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려하지 만 부모는 허락하지 않았다.

 또 하나는 학교에 갈 때와 집에 돌아올 때 정해진 스쿨버스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하교 시간이 되었는데 아들 에릭이 버스를 타지 않았다. 누나 라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직장에 있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연락했고, 가족은 에릭을 찾기 시작했다. 급기야 경찰에까지 신고하게 되었다.

 한참 후, 멀리서 에릭이 산길을 따라 태연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는 에릭을 앞에 세우고 엄하게 꾸짖었다. 단순히 버스를 한 번 타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게 하고 경찰이 동원됨으로 사회적인 문제까지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에릭은 다시는 약속을 어기지 않겠다고 아버지와 경찰에게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의 일로 이렇게까지 할까?’ 그날 저녁 나는 조용히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 일이 그렇게까지 큰 잘못입니까?”

 아버지는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부모가 지켜야 할 규칙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반복해서 지키게 하면 어느 순간부터 부모가 간섭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그 규칙을 지키게 된다고 믿었으며, 그 부모가 생각한 교육의 시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라고 했다.

 그날 나는 중요한 것을 하나 배웠다. 규칙을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결국 사람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좋은 교육이란 부모가 모든 것을 대신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게 하며, 반복된 훈련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단순한 미국 가정의 교육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람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2. 자라면서 습관은 선택이 된다.

그러나 부모가 우리의 모든 습관을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가정이라는 작은 세상을 떠나 사회라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간다. 그곳에서는 부모가 매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내가 나를 가르쳐야 한다.

나는 살아오면서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 가운데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나는 삼십여 년 골프를 치면서 공을 멀리 보내는 것보다 정확한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아무리 멀리 보내도 방향이 잘못되면 목표에서는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빨리 가는 것보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순자도 작은 걸음을 쉬지 않고 계속하면 결국 천 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수레와 빠른 말이 있어도 방향 없이 여기저기 달리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나는 이것을 습관의 문제로 생각한다.

매일 조금씩 읽는 사람, 매일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 매일 한 가지라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당장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선택이 반복되면 어느 날 그 사람의 삶 전체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사람을 만드는 것은 한 번의 큰 결심보다 매일의 작은 선택인지도 모른다.

 둘째,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계속 묻는 습관이다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할 때 다시 배울 수 있다. 모르는 것을 알 때까지 묻고, 찾고, 읽고, 생각하는 것. 나는 이것이 글을 쓰는 데에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필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에는 많이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 오히려 지혜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모르는 것이 생기면 묻는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배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규율은 자유를 만든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오히려 일정한 규칙이 필요하다. 매일 조금씩 읽는 습관,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습관,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습관, 필요할 때 쉬는 습관. 처음에는 이런 규칙들이 나를 묶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귀찮았던 많은 규칙들이 오히려 나에게 자유를 준다. 어린 시절 부모가 가르쳐 준 규칙이 훗날 아이의 생활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듯이, 어른에게도 스스로 만든 작은 규율이 행복한 삶을 지탱해 준다. 규율은 자유의 반대가 아니라 자유를 지켜 주는 울타리일 수 있다.

3. 실패 앞에서도 “좋다”라고 말하는 습관

살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 원하던 일을 얻지 못할 수도 있고, 준비했던 일이 취소될 수도 있다. 열심히 했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그때 나는 ‘조코 윌링크’의 한 태도를 기억한다. 실패하거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겼을 때,  먼저 “좋다!”라고 말해 보는 것이다.

원하던 일을 얻지 못했다면, “좋다. 더 많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생겼구나.”

 실패했다면, “좋다. 실패를 통해 배울 기회가 생겼구나.”

물론 말 한마디로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 한마디가 현실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를 바꿀 수는 있다.

 ‘좋다’라는 말은 현실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고, 아직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습관이다. 실패할 때마다 절망하는 습관 대신, 실패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이유를 찾는 습관을,

 4. ‘하지 않는 습관’도 필요하다

살다 보니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습관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 않을 것을 정하는 습관이다.”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려면 많은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아니다. 때로는 “아니오”라고 말해야 한다.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키려면 중요하지 않은 것을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빼앗는 일, 마음을 소모시키는 일, 내가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게 하는 일, 다른 사람의 기대 때문에 억지로 하는 일.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래서 ‘거절’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내 삶의 중심을 지키는 훈련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것을 조금씩 배운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만큼,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도 중요하다.

 5. 사랑도 연습해야 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배워야 할 기술로 보았다.

사랑에는 배려와 책임,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행복과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것, 필요할 때 응답하는 것, 나와 다르다고 상대를 지배하려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상대를 깊이 알아가려는 것.

생각해 보면 이것들도 하루아침에 생기는 마음이 아니다.

먼저 따뜻하게 말하는 것.

먼저 인정하는 것.

먼저 이해하려고 하는 것.

이 작은 행동들이 반복되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사랑도 하나의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반복되는 행동을 통해 삶이 꽃을 피운다.

 6. 때로는 멈추는 습관도 필요하다

우리는 열심히 사는 것을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살아보니 열심히 하는 것만큼 멈추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에는 ‘디로딩(deloading)’이라는 말을 접했다. 말 그대로 잠시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 부담을 줄이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나는 이 말이 나이가 들수록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매일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히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산책하고, 일기를 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한 준비일 수 있다.

하루 종일 엑셀러레이터를 밟고 달리기만 한다면 자동차도 고장 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발을 떼야 한다.

멈추는 것도 삶의 중요한 습관이다.

 7. 결국 필요한 것은 ‘나를 돌아보는 습관’이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반드시 찾아온다.

그럴 때 우리에게는 세 가지 선택이 있을 것이다.

“받아들이거나, 바꾸거나, 떠나는 것이다.”

바꾸어야 할 것을 바꾸지 않고, 떠나야 할 곳을 떠나지 않으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면 마음은 계속 그 자리에 붙잡혀 있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기쁨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실패, 후회와 두려움까지도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모든 것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조금씩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힘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

인지도 모른다.

 8. 마음을 돌아보는 습관

하루가 저물고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때때로 조용한 음악을 듣는다.

어느 날 음악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하루를 걱정하는 것도 결국 마음의 문제 아닐까?’

성경은 사람의 삶에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씀한다.

잠언 4장 23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생각해 보면 습관도 마음에서 시작된다. 마음에 무엇을 품느냐에 따라 말이 달라진다.

말이 반복되면 행동이 되고,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쌓이면 성품이 된다.

그리고 성품은 결국 그 사람의 삶의 방향에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나는 습관을 단순히 ‘반복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습관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에게서 습관을 배웠다.

성인이 되어서는 세상에서 습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나이가 들어서는 내가 가진 습관을 다시 바라본다.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무엇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가.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가?”

맺음말 — 남은 날 동안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공자는 일흔에 이르러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나는 감히 그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며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

사람은 매일의 작은 선택으로 자신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어쩌면 부모가 자녀에게 남겨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유산도 재산만은 아닐 것이다.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물려준 좋은 습관, 그것이 자녀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가장 오래된 교육이요 유산의 인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다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남은 날 동안 나는 어떤 습관을 더 갖고 살아야 하는가?”

아마도 이것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계속 물어야 할 질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품고 오늘 하루를 살아가려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말하는 ‘클라세’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사전적인 의미의 클라세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글에서 말하는 클라세는 오랜 시간의 선택과 습관을 통해 만들어진 자기만의 삶의 방식, 자기만의 길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클라세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사랑으로, 누군가는 봉사로, 누군가는 배움으로, 누군가는 묵상과 기도로 자기 삶의 길을 만들어 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남의 길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가고 싶은지를 알고 오늘의 작은 습관을 선택하는 일일 것이다.

나는 이제 남은 삶에서 거창한 변화를 꿈꾸기보다 작은 습관 하나를 더 소중히 만들고 싶다.

그리고 매일 저녁 나 자신에게 묻고 싶다.

“오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는가?”

그 질문에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하나씩 쌓아 간다면,

어쩌면 그것이 내가 찾던 나만의 클라세, 나만의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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