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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물

이뎀건축사사무소 곽희수 대표

외부에서 보면 마치 에셔(네덜란드 화가)의 그림에 나오는 건물과 계단들의 공간논리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렇게 이뎀건축사무소 곽희수 대표의 건물들에서는 작가적인 독특한 페르소나(persona)가 무척 진하게 느껴진다.


창조적 디자인은 손기술이 아닌 정신(mentaity)과 철학(philosophy)의 발로

개별 건물의 독보성을 넘어 주변과의 관계 속에 더욱 빛나는 건축

 

 

많은 예술 장르들은 한두 세기 전까지만 해도 주로 특정 계층의 향유물이었다. 권력자나 계급의 상층부에 복무하고 탄생했다. 음악과 미술은 대 건축물인 궁정이나 귀족의 살롱, 교회의 회랑에 걸리고 연주됐다. 다행히 현대 대중들은 큰 장벽 없이 그 유산들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감상한다. 그렇다 해도 현대에서 탄생하고 주목받는 예술들도 자본 권력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소유라는 측면으로 넘어갈 땐 더욱 그러하다. 건축도 마찬가지. 20세기 주요 건축물들은 자본에 의해 탄생하고 지탱된다. 세계적 기업들의 본사, 유명인들의 저택과 별장, 대규모 상업건물 등등. 그렇다면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대중들은 건축미학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현대의 창작은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 복무하는가. 이뎀건축사무소의 곽희수 대표는 사적 건축의 공공성을 지향한다. 주변과 소통하는 건축이 그의 이데올로기다.

 

 

도회적 건축 조형에 스민 은근한 소통

기하학적 입면체들이 서로 중첩되고 연결되어 마침내 통일성을 지닌 커다란 입체가 생겨난다. 외부에서 보면 마치 에셔(네덜란드 화가)의 그림에 나오는 건물과 계단들의 공간논리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렇게 이뎀건축사무소 곽희수 대표의 건물들에서는 작가적인 독특한 페르소나(persona)가 무척 진하게 느껴진다.

우선 건축에 대해서는 교양이 일천한 국외자임을 밝히고 시작하자. 이런 눈으로 보면, 곽희수대표의 건물들은 크고 작은 네모 상자들이 내밀한 균형에 의해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 네모 상자들에는 반드시 외부 공간을 내다보거나 들이는 유리창이 역시 크고 작게 배치된다. 유리창들을 품은 콘크리트 상자들은 언뜻 내부에서 외부를 조망하려는 뷰파인더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외부에서 보고 있자면 그것들은 건물 안의 어떤 것도 은폐하려 하지 않는 개방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둠이 건물의 주변부를 감싸는 밤이 되면 곽희수 대표의 건축들은 존재성이 더욱 선명해진다. 그것은 우주에서 외로이 유영하던 우주인이 발견한 뜻밖의 정거장처럼 밝고 따뜻하게 위로가 된다. 건물의 수학적 느낌에도 불구하고 유리를 통해 방사되는 불빛들은 안전지대의 신호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곽희수 대표의 건축에서는 또 계단이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는 듯하다. 계단은 하층에서 상층부를 리드미컬하게 연결하는 직접 통로이면서 개별 건물들이 가지고 있는 인문적 의미를 수렴하는 건축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곽희수 대표 자신이 말하듯 자신이 지은 건물이 국내에 열 채도 채 안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건물마다에 설계된 계단의 의도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김포에 있는 가까운 교회'의 계단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던 골고다 언덕을 떠올리게 되고, 청주에 있는 상업 건물인 'f.s.one‘의 계단은 땅에서 1층을 거치지 않고 직접 2층으로 직결되는데 이 계단을 오르면서 전면에 펼쳐진 시내의 정경을 볼 수 있게 설계됐다. 계단을 어떤 의미로 진입하느냐가 곽희수 건축의 감상자에게는 의미 깊은 울림을 가진다.

 

콘크리트의 자연 친화성, 건물의 주변 친화성

곽희수 대표의 건축 재료는 주로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다. 이 현대적인 소재들로 그는 현대성의 극단까지 남김없이 디자인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콘크리트는 건축 자재 중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소재입니다. 오히려 벽돌이나 나무가 친환경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을 접합하기 위한 본드와 페인트칠은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의 노출 콘크리트는 건축적 구조자체로 승부를 내겠다는 건축가로서의 의지입니다.”

흔히 현대 도시의 냉혹성을 은유하는 대상으로 콘크리트 건물을 내세우고는 하는데 곽희수 건축가의 발상은 이를 거뜬히 전복시킨다. 그는 콘크리트가 가진 회색을 포용력으로 해석한다. 이 중성적인 색채에는 주변 경관들이 들어올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건물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건물 자체가 아닌 주변의 자연조건이란 생각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허두에서 언급한 건축의 사적 소유와 공공성 간의 문제를 끼워 넣어 보자. 곽희수의 건축들은 유명연예인의 건물부터 펜션, 부티크 리조트, 카페 등 상업건축이 주를 이룬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외국의 한 건축가가 최초로 쇼핑센터를 설계했을 때 세간에서는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예술을 지향하는 건축가가 자본에 굴복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곽희수 건축가는 이 또한 그의 입장으로 명쾌하게 정리한다. 자신은 아파트와 빌딩 등 경제개발의 최고조 시기에 건축공부를 했고 어쩔 수 없이 건축은 자본과 연결돼 있다는 것. 건축은 어떤 목적으로 설계됐든 건물이 사람을 모으고 모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역할이면 사적 건축이라도 충분한 공공성을 가진다, 는 견지다.

곽희수 대표의 건축물들은 완성된 장소마다 랜드마크처럼 여겨지는 주목을 받아왔다. 배우 원빈이 건축주인국도 42번 루트 하우스(Route House)’,역시 배우 고소영이 건축주인 청담동의 테티스(Thetis)’, 태안의 모켄 펜션’, 홍천의 유리트리트부티크 리조트, 부산 기장 이브온 카페등은 그전까지는 평범했던 장소에 새로운 건축물을 축조함으로써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 건축물들은 건축주의 사적 목적에 의해서 지어졌지만, 결국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곳의 미감(美感)과 낭만성을 느끼게 해주고 생활이나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곽희수 대표의 개인과 공공의 이익을 조화시키는건축의 힘이자 가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건축의 해외 교육에서 멀어진 것이 오히려 독창성 살려

건축가 곽희수의 건축물들은 탄생할 때마다 주목도가 높았고 그에 상응하는 상찬이 이어졌다. 그의 프로필을 보면 2007 KAI 신인 건축가상을 수상한 이래 매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세계건축상 등 굴지의 건축상들을 받아왔다. 이렇게 사람들의 매혹시키는 디자인은 그의 어느 감성이나 영감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의외로 그는 국내에서만 공부와 작업을 해왔다.

건축은 전문가 분야의 직업군 학력으로만 본다면 가장 높은 학력 평균을 차지합니다. 제가 졸업할 때 반 이상이 유학을 갔고 대부분 박사까지 마칩니다. 그런데 외국생활을 하다보면 수준 높은 건축을 대하고 동경하다 보면 동화되기 싶고 그들처럼 되고 싶겠지요. 그들의 시선과 교육에 경도돼는 거지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과 동떨어져 국내에서 작업을 했으니 이상적 동경이 생길 리 만무했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방법, 작업하면서 만나는 사람, 읽는 책들도 달랐어요. 현장에 가서 건축주와 적극적 대화를 나누다 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나옵니다. 디자인은 손기술이 아니라 멘털리티(mentaity)와 필로조피(philosophy)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그의 디자인 아우라가 생겨난 배경이다. 영감의 원천을 물었을 때 곽희수 대표는인스피레이션(inspirayion) 입급되면 나온다고 뼈있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창작자 자신이 아무리 뛰어난 영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건축은 건축주와 긍정적인 타협이 이루어져야 완성된다. 이 지점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건축에서 영원한 딜레마이기도 할 것이다.

일 년 이상의 시간을 작업해야 합니다. 그러니 작업의 종류는 정해져 있어요. 건축으로서의 작품이 안 되거나 건축의 본성을 훼손하는 요구가 있다면 들어줄 수 없어요. 아마 지금까지 완성된 것보다 거절한 것이 더 많을 정도로 거절해왔을 겁니다. 창작이 우선이지요.”

그러나 비용이 빠듯하더라도 그의 지향과 부합하면 일을 결정한다. 그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건축이라 여겨질 경우다. 돈이 별로 없는 한 성당의 작업이 그러했다. 곽희수 대표는 얼마전 방영된 드라마 한편의 대사를 인용했다. 그런 대사가 나온다. 의사인 주인공에게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냐, 고 물으니 유명한 의사가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의사, 라는 대답이다. 충분한 대변이 됐으리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의 운명을 믿는다

사람들은 그의 명성만큼 그가 도처에 많은 건물을 짓고 버금가게 도 많이 벌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2003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가진 이래 그가 세상에 내놓은 건축은 열 번 남짓이다. 역시 진행이 이루어지다 깨지는 것이 많았다. 창작자로서 그의 노선이 타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동의를 했지만 건축주가 중간에 타협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달라 해놓고 시간이 갈수록 안전한 건축의 유혹에 넘어가고 돈 계산을 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계약위반이지요. 저는 아직 젊어서 그런지 접점을 가질 수가 없더군요. 이때 직원들은 자신들의 월급이라 생각하라면서 저를 설득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젊어서 그런지 아닌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굶어 죽지는 않았어요.”

곽희수 대표는 자신의 페르소나 중에서도 홍천의 부티크 리조트 유리트리트(U-Reteat)’를 좋아한다.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다. 한국에서만 작업한 그에게는 아이러니다. 그는 대상을 오브제(objet)중심으로 보는 그들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그런 반면 한국사람들은 부산 기장면의 웨이브온을 훨씬 좋아한다고 한다. 주말이면 만 명이상이 몰리는 바닷가 건물이다. 주변 경관과의 조화로움이 관계성에서 대상을 보는 한국인의 시각과 맞물린다는 해석 역시 내놓는다.

 

건축가들의 영역에서 평가되는 그는 어떤 창작자일까.

얼마전 일본 작가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정적인 세계를 좋아하는 그들의 특성상 기장 웨이브온 같은 건물은 인정하기 싫어하는 면이 있지요. 그런데 저를 만나더니 너를 인정한다. 그런데 네게 요구가 생긴다. 자신들의 성향 상 갈 수 없는 곳까지 네가 가봤으면 좋겠다. 너는 여기까지 왔고 또 더 나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건축가로서 곽희수 대표에게 역시 건축가이자 근대작가였던 이상(李箱. 김해경)은 요즘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는 이상이 스스로 지은 한자 이름에서 상자()’속 즉 자신이 만든 작품 속으로 스스로 들어간 건축가를 본다. 곽희수 대표의 해석에 의하면, 이상은 그렇게 선망하던 메트로폴리탄 동경에서 철저한 익명성과 고립의 절망을 보았고 그래서 모던보이의 환상이 여지없이 깨졌고 건축가 이상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저는 만드는 사람의 운명을 믿습니다. 대부분 창작이란 이름으로 밥벌이를 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운명은 현세에 발을 딛고는 발견할 수 가 없는 부분이지요. 이상을 생각하면 창작자로서 무시무시한 기분이 듭니다. 반성하고 있어요.”

그의 건축이 가진 이채로움과 소통의 미학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무시무시한 창작자로서의 운명을 곽희수 대표는 기꺼이 받아들이며 즐기고 있다.